[기획연재] 코로나시대, 싸우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다 ⑦
방역 이유로 더 가혹해진 퇴거, 갈 곳 잃은 거리홈리스

기침, 발열. 모르는 이 없을 코로나19의 대표 증상이다. 그런데 ‘내쫓기’ 역시 코로나19의 또 다른 증상 아닌가 싶다. 적어도 홈리스를 비롯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코로나의 위력은 신체적 고통보다 이 ‘내쫓기’란 증상, 코로나19의 사회적 병증에 있는 듯하다. 코로나19는 그나마 의탁하고 있던 홈리스들의 자리를 뿌리 뽑는 좋은 구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더욱더 위태로워진 거리홈리스들의 자리를 전한다.

우체국 지하도 옆 거리홈리스들의 짐을 싣고 가려 진입하는 서울 중구청 소속의 트럭 ⓒ홈리스행동
우체국 지하도 옆 거리홈리스들의 짐을 싣고 가려 진입하는 서울 중구청 소속의 트럭 ⓒ홈리스행동

민원의 효능

5월 22일, 서울역 광장에 청소차 두 대가 떴다. ‘쌍끌이 어선*’마냥 역 광장에서 노숙하던 이들의 짐을 모조리 싣고 갔다. ‘청소차’가 온 데서 알 수 있듯, 서울 중구청은 거리홈리스들의 이불, 옷가지 등 물품들을 쓰레기로 치부했다. 1톤 트럭 한 대는 서울역 우체국 앞에 있는 지하도 옆에서 노숙하던 무리로 향했다. 하지만 중구청은 그곳에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현장에 있던 홈리스들 몇몇이 강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의아하게도 단속 나온 공무원은 도로정비나 공원녹지 담당이 아닌 ‘사회복지과’의 ‘노숙인 담당’이었다. 홈리스에 대한 복지 지원을 해야 할 이가 홈리스를 단속하는 것, 괜찮은 걸까? 그것도 행정대집행법이 정한 계고나 안내조차 없이 기습 철거를 시도했다. 이유를 물었다.

* 쌍끌이 어선 : 큰 배 두 척이 양쪽에서 길다란 날개그물을 쳐 같은 방향으로 끌고 가면서 두 배 사이에 있는 고기를 잡는 방식(네이버 지식백과)

“민원이 너무 많은데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런 계고 절차를 하려면 2~3주 걸린다고요. 그런데 민원은 이삼일 만에 해결해야 되고요.” (김아무개, 서울 중구청 사회복지과)

신속한 민원 처리를 위해서란다. 그리고 당사자들이 있는 상태에서 철거하는 것은 계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궤변도 빼놓지 않았다.

“이거는 잘못 아닙니까? 아니, 매를 때려도 뭐 사람한테 기회를 주고 때려놓던지 해야지…” (김아무개, 거리노숙)

지난 5월 22일, 서울 중구청이 청소차에 거리홈리스들의 물품을 싣고 가자, 거리홈리스들이 허망해하고 있다. ⓒ홈리스행동
지난 5월 22일, 서울 중구청이 청소차에 거리홈리스들의 물품을 싣고 가자, 거리홈리스들이 허망해하고 있다. ⓒ홈리스행동

짐을 빼앗기지 않았지만 단속에 저항했던 김 씨, 정 씨, 또 다른 정 씨는 구청 직원들이 돌아간 후에도 화를 삭일 수 없었다. ‘예고 없는 단속’이란 불청객이 없더라도 그들의 일상은 이미 한층 내려앉은 후였기 때문이다.

“원래 76만 원 정도 되었단 말야. 거기에 방값이 25만 원 포함돼 있고. 그런데 (방값 지원이) 끊겨 버렸어. 끊겨버리고 코로나 때문에 (월급에 포함됐던) 교통비 12만 원이 또 깎여 버렸어. 그러니까 한 달에 얼마를 받냐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한 달 39만 원이야. 이게 진짜 39만 원으로 한 달 살 수 있겠어요? 그게 지금 두 달째 돼. 코로나 때문에 그렇대요.”(정아무개, 거리노숙)

정 씨는 작년 10월부터 참여하던 자활사업 급여가 줄고, 그 안에 포함됐던 임시주거지원비마저 없어지면서 쪽방 월세를 못 내 두 달째 다시 거리노숙을 하던 참이다. 그는 작년부터 복지부가 “거리노숙인의 상황 및 특성에 따른 심리·치유·교육서비스 및 일자리 제공으로 거리노숙인 지역사회통합 지원”을 하겠다고 만든 “특화자활”에 참여하는 중이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이라며 차 떼고 포 떼니 지역사회통합은커녕 다시 거리로 나와야 했던 것이다. 이런 처지에 트럭을 대고 담요때기마저 실어 가려 하니 부아가 안 나겠는가? 김 씨와 또 다른 정 씨 역시 마찬가지다. 이 둘의 유일한 수입원은 폐지 수집인데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혔다며 코로나 이후 파지 값이 kg당 20원까지 떨어졌다. 이 와중에 구청에서 귀퉁이에 박스 쌓아 놓던 걸 못하게 하니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박스 이거 하나 갖고 먹고살아. 이거 20원이야. 키로에 20원이야. 100키로 해 봤자 돈 얼마 안 나와. 그럼 나는 뭐 먹고 살라고. 그럼 저것들이 자게 만들어주고 방을 만들어주고, 노숙자들 쉬게끔 만들어주고 (그래야지).” (정아무개, 거리노숙)

서울역 구역사 앞 광장. 검게 아스팔트로 뒤덮인 곳이 원래 화단이 있던 자리다. ⓒ장서연
서울역 구역사 앞 광장. 검게 아스팔트로 뒤덮인 곳이 원래 화단이 있던 자리다. ⓒ장서연

그렇게 지나는가 싶더니 11월 6일, 서울 중구청은 서울역 광장의 화단을 없애버렸다. 길이 10미터, 폭 1미터 남짓에 불과한, 서울역 광장에서 유일하게 아스팔트로 뒤덮이지 않은 공간이었다. 바닥과의 단차가 있는 탓에 빗물 고임이 덜했고, 여름 불볕에 달궈지는 것도 아스팔트보다는 덜했다. 그래서 10여 명 정도의 거리홈리스들은 그 위에 자리를 깔고 살았다. 그런데 서울 중구청은 이곳마저 파내 버렸다. 이번에는 공원녹지과가 나섰다.

“화단이 원래 돼 있던 건데 쥐도 살고 노숙인들도 계속 지내시고 이런 민원사항들이 많아서 철거한 거예요. …중구청에서 노숙인들 물건 압류한 것은 없어요. 공사 당일 날 가서 쓰레기 같은 것만 처리하고 공사했어요.” (고아무개, 서울 중구청 공원녹지과)

또 민원 탓이다. 홈리스들의 편에 선 민원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하더니 다른 이들의 민원은 들을만한 모양이다.

지난 8월, 서울역 정문 앞 계단 아래 조화로 장식된 화단들이 놓였다. 그곳에 있던 거리홈리스들은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조각들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공공 공간들을 탈취하려는 탐욕들로 화단들마저 노고가 많다. ⓒ홈리스행동
지난 8월, 서울역 정문 앞 계단 아래 조화로 장식된 화단들이 놓였다. 그곳에 있던 거리홈리스들은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조각들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공공 공간들을 탈취하려는 탐욕들로 화단들마저 노고가 많다. ⓒ홈리스행동

하늘로 솟으랴, 땅으로 꺼질까

“조금이라도 쉬려고 하면 앉지 말라고, 저리 가라고, 이동하라고 그런다. 오래간만에 지인을 터미널에서 만났다. 날더러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길래, ‘어떻게 지내냐고요? 이렇게 다리 한쪽 들고 삽니다. 다른 한쪽도 마저 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했다.” (로즈마리,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회장)

홈리스야학 학생회장인 로즈마리님이 어느 집회에서 한 발언과 같이 코로나 시기 홈리스에 대한 퇴거는 한층 심해졌다. 사적 점유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공공장소에서의 퇴거는 퇴로 없는 토끼몰이다. 남의 집 담을 넘지 못하는 이상 하늘로 솟든지 땅으로 꺼지든지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난 5월, 로즈마리님이 얘기한 그 터미널에 함께 가 상황을 들었다. 단속으로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거리홈리스분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 24시간 오픈하는 곳이 여기하고 국제공항밖에 없어요. 어제 밤 11시에 가니 사람들을 다 퇴거시키고 있어서 말다툼을 했어요. 왜 법적인 권리도 없으면서 내쫓냐고 따졌더니 지저분하고 냄새도 나고 해서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쫓아내면 밖에 나와서 한데서 자야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안에서 행패 부리면 그렇지만 조용히 앉아있는데 쫓아내는 거 왜 그러냐고 항의했어요. (…) 평소에 호남선에는 평일 50명에서 60명, 주말에는 70명에서 80명이 오고 3분의 1일이 여성이에요. 새벽 2시까지 우등고속이 있어 문을 안 닫거든요.” (자칭 서울역 김씨, 거리노숙)

이 터미널은 24시간 개방되어 홈리스들이 그나마 불안을 덜며 밤을 보낼 수 있는, 그래서 특히 여성홈리스들이 많이 찾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오늘 경비조말고 다른 조가 있는데 B조 같은 애들은 사람을 진짜 뭐라 그래야 될까? (옆 사람: 피 말린다니까. 자려고 그러면 일어나라고 그러고) 여기 가면 할아버지 있어요. 80대 할아버지. 그분 같은 경우는 지팡이가 없으면 걷지를 못 해요, 지팡이가 없으면. 그런데 잠에서 안 일어난다고 지팡이하고 가방을 저 바깥에 갖다 버려요. 경비원들이 그렇게 하면 그건 진짜 아니거든요. (…) 그 조는 깨울 때도 비아냥거리면서 자고 있는데 귀에다 대고 박수 막 치면서 일어나라고. (언제부터 단속이 심해졌나요?) 이번 주 월요일부터 시작했다고 보면 돼요. (B조 말고도 다른 조에서도 나가라고 하나요?) 그렇죠.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앉아서 자면 다리가 붓잖아요. 그러면 너희들 나가라,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터미널 밖 남성, 거리노숙)

“일일이 깨워가지고. …1시, 2시, 막 깨우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것도 고문이죠. 5시 되면 또 다 깨워요.” (자칭 서울역 김씨, 거리노숙)

터미널 내부를 순찰하고 있는 경비원. 다리를 뻗거나 자세가 흐트러질 경우 이들의 제지를 받게 된다. ⓒ홈리스행동
터미널 내부를 순찰하고 있는 경비원. 다리를 뻗거나 자세가 흐트러질 경우 이들의 제지를 받게 된다. ⓒ홈리스행동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요. 워낙 많이 오시니까. 여기 만약에 코로나 확진자 나오면 장사를 못해요. 바로 문을 닫아버려야 되거든요. (경비는) 강화된 건 없어요. 코로나 때문에 그래요.” (터미널 경비원)

이유는 코로나였다. 방방곡곡, 많은 이들이 유동하는 터미널의 특성상 감염 우려가 큰 것은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방역을 꼼꼼히 하면서 그 범위에 거리홈리스도 포함하면 될 일이다. 내쫓고, 잠들지 못하도록 깨우는 것이 방역에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홈리스들을 코로나19 전파의 매개원 내지 숙주 취급하는 것은 단지 모두의 평온을 해치는 데 기여할 뿐이다.

숨어버린 공공(公共)

서울 시청역 화장실 입구 휴게실. 의자들이 치워졌고 붇박이 의자들은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홈리스행동
서울 시청역 화장실 입구 휴게실. 의자들이 치워졌고 붇박이 의자들은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홈리스행동

철도역사, 지하철 등 공공장소의 의자가 치워지거나 붉은 띠로 묶여 폐쇄되는 등 공공의 장소가 축소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의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과감하게 보이는 이러한 조치들은 오히려 당국의 책임 회피이자 그에 따른 불편도 불균등하다는 점에서 문제다. 철도 역사 대합실의 의자가 치워질 때 누군가는 커피숍을 찾겠지만, 거리홈리스들은 온종일을 서성거려야 한다.

‘집에 머물라’는 코로나 방역 기조는 집 다운 집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전혀 다르게 시행되어야 한다. 공공의 공간을 폐쇄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개방적이고 안전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동안 거리홈리스들이 몰릴까 치워놓았던 대합실의 의자들을 더 꺼내놓아야 한다. 거리홈리스들을 유인할까 싶어 음소거 해놓은 대합실 TV의 목청을 키워 정보를 전해야 한다. 서울시나 자치구의 청사, 산하 사업소, 서울 유스호스텔 같은 공공의 자원들부터 집이 없거나 쪽방·고시원 등 집답지 못한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코로나 시기를 무사히 넘을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불 능력이 희박한 홈리스에게 공공의 축소는 ‘무권리 상태’와 같다. 공공 당국,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라.

항상 읽고 쓰는데 바쁜 홈리스야학 학생 다솜님. 주로 머물던 시민청이 폐쇄되면서 차가운 바깥에서 그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홈리스행동
항상 읽고 쓰는데 바쁜 홈리스야학 학생 다솜님. 주로 머물던 시민청이 폐쇄되면서 차가운 바깥에서 그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홈리스행동

필자 소개

이동현. 홈리스행동에서 활동한다. 의지와 무관하게 닥치는 일들에 주로 시간을 쓴다. 이런 과정들이 일관되게 잘 엮이면 좋으련만 아직은 그저 잘 수습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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