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추모제 연속 기고④] 홈리스 주거 대책

[편집자 주] 12월 21일은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짓날’입니다. 2020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14일부터 21일 동짓날까지를 ‘홈리스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거리와 쪽방, 고시원 등지에서 살다 떠난 홈리스를 추모합니다. 또한, 추모를 넘어 사회적으로 예견된 죽음을 더는 용인하지 말 것을 사회에 촉구합니다. 특히나 올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삶의 벼랑에 내몰린 홈리스의 삶을 알리고, 홈리스의 인권과 복지지원 개선을 촉구하는 여섯 편의 글을 기고합니다. 이 글은 2020 홈리스추모제 연속 기고로 비마이너,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전(前) 유엔 주거권특보인 ‘레일라니 파르하’가 활동하는 쉬프트(THE SHIFT) 등 세계 20개국 30개 조직은 지난 12월 7일부터 ‘국제 홈리스행동’(Global Homelessness Action)을 시작했다. 국제 홈리스행동은 “전 세계적으로 1억 5000만 명이 홈리스 상태”에 있고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인구를 합한 것과 같은 규모”라며 “코로나19는 주거 위기를 악화시켰고, 주거 위기는 곧 인권의 재앙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또한 “안전하고 적절한 주거를 구하는 일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세계 150개국의 당국자들에게 홈리스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시행하라는 공개 요구서를 채택했다.

공개 요구서에는 1)동정의 수혜자나 범죄자가 아니라, 삶의 권리 주체이자 전문가로서 홈리스를 대할 것 2)거리와 같은 열악한 주거상태에 처한 이들에게 적절한 숙소를 즉시 제공하고, 물, 위생, 음식, 사회적 지원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 3)홈리스 상태에 있는 이들을 코로나19 경제 회복 계획의 최전선에 둘 것 4)거리 홈리스의 존재, 생존을 위한 그들의 필수적인 행동을 범죄화하지 말 것 5)홈리스들에게 무료 법률 정보, 상담, 주거권과 인권 침해 대처 방안을 보장할 것 등 다섯 가지 내용이 담겼다. 홈리스행동도 국제 홈리스행동의 참여 단체로서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에게 해당 서한을 발송했다. 위 캠페인이 제기하듯, 홈리스에게 있어 코로나19는 주거의 위기, 주거특성의 한계로 인한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양동 재개발 지역 쪽방 모습. 409호라고 푯말이 붙은 문 옆에 ‘410호가 커튼 안에 있습니다’라고 입구 위치를 알리는 문구가 쓰여 있다. ⓒ홈리스행동
양동 재개발 지역 쪽방 모습. 409호라고 푯말이 붙은 문 옆에 ‘410호가 커튼 안에 있습니다’라고 입구 위치를 알리는 문구가 쓰여 있다. ⓒ홈리스행동

코로나19로 더욱 절실해진 주거대책

코로나19 위기에서 주거대책만큼 절박한 것은 없다. 우선 거리홈리스에게 주거를 제공해야 한다. 「노숙인복지법」이 정한 ‘임시주거지비 지원’을 보강하고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 사업은 거리홈리스에게 쪽방, 고시원과 같은 저렴한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2021년 월 임차료는 27만 원으로, 올해보다 고작 1만 원 올랐다. 내년도 주거급여 1인 가구 기준임대료(서울기준)가 31만 원이란 점을 상기할 때 턱없이 적다. 실제 이 금액으로는 ‘먹방(창이 없는 방)’이나 초 밀접한 공간밖에 얻을 수 없다. 소집단 감염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통풍(창문), 거리두기(밀집도, 공용설비당 적정 사용인원 등)를 고려한 예산을 편성해야 함에도 그러한 계획은 전혀 없다. 지원 대상자 수도 900명으로 올해보다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 그나마 홈리스에 대한 주거지원이 가장 양호한 서울이 이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 7월까지 거리, 야간 대피소 등지의 주거취약계층 약 1만 5000명에게 호텔과 다양한 형태의 긴급 숙소를 제공한 영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정부와 서울시의 대처는 지나치게 안일하다.

둘째, 홈리스의 주요 거처로 활용되고 있는 쪽방과 고시원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거 환경개선이 속히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 기저질환자, 유사증상 및 유증상자, 감염 의심자 등이 이동 가능한 주거 대안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서울시는 지난 7, 8월 무더위 대책으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60세 이상의 홀몸, 고령부부 등 가족 내 돌봄 자원이 부족한 저소득 주거취약계층 중점 지원”을 위해 지역 민간 숙박시설을 활용해 ‘안전 숙소’를 운영한 바 있다. 이를 쪽방과 고시원 등지의 홈리스를 대상으로 연중, 상시 확대 운영해야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쪽방촌 방역 지침’(왼쪽)과 ‘고시원 방역 지침’(오른쪽). 더 나은 주거에 대한 대책 없이 이뤄지는 ‘공용 공간 이동 자제’ 따위의 권고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아무런 지침도 될 수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쪽방촌 방역 지침’(왼쪽)과 ‘고시원 방역 지침’(오른쪽). 더 나은 주거에 대한 대책 없이 이뤄지는 ‘공용 공간 이동 자제’ 따위의 권고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아무런 지침도 될 수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확실한 주거대책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거 공급

홈리스 주거대책은 임시대책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항구적인 주거제공으로 이어져야 한다. 미 질병관리본부(CDC)도 홈리스 복지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가이드를 통해 “임시 장소 체류 이후 어떻게 주거기회와 연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라”고 권고하고 있다(2020.8.5.).

영구적 주거제공을 위해서는 쪽방, 고시원, 노숙인시설 등지 거주자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가장 주효하게 활용되어야 한다. 정책의 대상이 홈리스이고, 수시로 공급된다는 탄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족한 공급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매입임대주택의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정부는 작년 말에서 올해 초에 걸쳐 쪽방과 노후고시원 입주자에 대한 수요조사를 통해 이주수요 6,283호를 발굴하였는데, 이는 대기기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29일은 지침 개정으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침수피해 우려가 있는 반지하(지하층) 거주자” 36만 3,896가구(2015년 기준)가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기존 입주대상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상자가 두 배가량 늘어난 만큼 물량 확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물론 2019년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공급 물량은 3,905호로 전년도(1,638호)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3,905호 중 전세임대주택, 즉 민간 주택에 보증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지원이 3,194호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임대주택은 주택 물색의 어려움, 그에 따른 주택의 질 저하, 재계약 시기 임대료 상승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공공주택 공급 부족은 공급된 주택마저도 질과 점유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공공이 소유하는 매입임대주택은 2016년 530호에서 2019년 711호로 거의 늘지 않았다.    

강제퇴거 아닌, 공공주도 순환형 쪽방 대책으로

‘위기’를 ‘기회’로 읽는 이들도 있다. 양동(현, 남대문로5가 542번지~626번지) 재개발지역 쪽방 건물주들 얘기다. 그들은 세입자 이주대책을 회피하고, 개발이윤을 독식하려 개발에 앞서 쪽방 주민을 퇴거시키고 있다.

한 쪽방 건물주가 지난 봄, ‘붕괴 위험’을 들어 주민들을 퇴거시켰으나 아직까지 어떤 개보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문 앞에는 ‘붕괴 위험이 있어 외부 공사시까지 일시적으로 폐쇄합니다. 주인 허락 없이 함부로 개·폐시(열면) 무단침입 및 도둑으로 간주하여 형사고발 조치합니다’라고 경고 문구를 걸었다. ⓒ홈리스행동
한 쪽방 건물주가 지난 봄, ‘붕괴 위험’을 들어 주민들을 퇴거시켰으나 아직까지 어떤 개보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문 앞에는 ‘붕괴 위험이 있어 외부 공사시까지 일시적으로 폐쇄합니다. 주인 허락 없이 함부로 개·폐시(열면) 무단침입 및 도둑으로 간주하여 형사고발 조치합니다’라고 경고 문구를 걸었다. ⓒ홈리스행동

그러나 서울시나 정부의 개입은 전무하다. 서울시는 토지 등 소유자가 향후 정비계획을 입안 제안할 경우 “적정한 주거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할 뿐 진행형인 주민 퇴거, 쪽방 소개 조치에 손을 놓고 있다. 국내 최대 쪽방촌인 동자동은 지난 5월 말 특별계획구역에서 해제되었지만 여전히 개발사업(지구단위계획) 지역이고, 창신동은 정비예정구역으로 정비계획이 수립 중이다. 서울시는 돈의동 쪽방촌의 도시재생(새뜰사업)사업으로, 주민공동시설이 설치되고 집수리지원을 진행했다. 그러나 주민 개별 주거공간의 낙후함은 재생사업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모든 쪽방은 열악하고, 개발사업으로 주민들이 쫓겨나거나 쫓겨날 위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 1월, 서울시가 발표한 영등포 쪽방촌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대안이 될 만하다. 기존처럼 쪽방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지 않고, 임시주거지를 마련해 공공임대주택이 완공되면 다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선이주 선순환개발’이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제26조)에는 시장·군수 등이 순환정비방식으로 정비사업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직접 정비사업을 하거나 토지주택공사 등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데 근거를 둔다. 영등포 쪽방촌처럼 모든 쪽방지역에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을 도입해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고 개발 이후 나아진 주거환경을 전유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쪽방주민에 대한 예비퇴거조치부터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홈리스 추모주간을 보내고 있다. 집이 없어 죽음을 맞은 홈리스를 추모하는 중이다. 반복되는 애도만큼 무력하고 무책임한 것도 없다. 그러나 감염병의 진로는 그 끝을 알 수 없고, 홈리스에 대한 당국의 주거대책 또한 미궁 속에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더 이상 홈리스를 향해 코로나19 위기를 맨몸으로 넘어서라 주문하며 그들의 삶과 죽음을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 홈리스에 있어 코로나 위기는 바로 주거의 위기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백신은 정부의 손에 쥐어져 있다.

* 필자 소개 _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2020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에 함께하고 있다.

홈리스추모제 웹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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