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의원,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긴급탈시설’ 근거 담아
코로나19 사망자 중 52.3%가 집단거주시설 사망자
집단거주시설 내 감염병 발생 시 분산 조치·지원 의무화
장애계 “개정안 발의 환영… 신속한 법안 통과 촉구”

전장연 등 장애인권단체는 25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병예벙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장혜영 의원과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전장연 등 장애인권단체는 25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병예벙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장혜영 의원과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장애인거주시설 등 집단거주시설에서 코로나19 발생 시 ‘긴급탈시설’을 의무화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장애계는 환영을 표하며 신속한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25일, 장애인 등 감염취약계층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감염병 발생 시 ‘긴급탈시설’을 의무화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감염병예방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발의에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함께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집단거주시설에서 사망했다. 장혜영 의원이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1,486명 중 ‘요양원, 사회복지시설 등’ 집단거주시설 내 사망자는 777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2.3%에 달했다.  

장혜영 의원이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요양,사회복지시설 유형별 코로나19 사망자 현황'. 10일 0시 기준 요양병원 사망자수 367명, 요양병원 외 의료기관 사망자수 134명, 요양원 사망자수 196명, 사회복지시설 사망자수는 80명으로 총 777명이 사망했다. 
장혜영 의원이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요양,사회복지시설 유형별 코로나19 사망자 현황'. 10일 0시 기준 요양병원 사망자수 367명, 요양병원 외 의료기관 사망자수 134명, 요양원 사망자수 196명, 사회복지시설 사망자수는 80명으로 총 777명이 사망했다. 

장애계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집단거주시설에서의 긴급탈시설을 통한 분산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긴급탈시설’에 대한 근거가 없어 이행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는 ‘긴급탈시설’ 근거가 마련됐다. 감염취약계층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시설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거주인을 감염병의심자 격리시설 및 임시거주시설로 분산 조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일시적 폐쇄 조치를 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는 분산 조치된 해당시설 거주인에 대해 의료·방역 물품 지급을 비롯한 의료 및 복지서비스 등의 지원을 의무화했다. 

장혜영 의원은 “코호트 격리와 시설 거주인의 출입제한 조치라는 정부의 방역조치는 사실상 실패했다. 이제 다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모든 시민의 생명은 동등하게 존엄하며, 시민들은 동등하게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긴급탈시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서 더 이상 정부와 지자체가 법령 기준이 없어 못 한다는 핑계를 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조속한 개정안 국회 통과를 강조했다.

장혜영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장애계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발의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장애인권단체는 25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협의회 회장은 “거주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 시, 코호트 격리가 아닌 분산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환영한다”라며 “지금까지 정부는 시설 코호트 격리 조치로 통제했지만, 결국 집단감염만 확산됐다. 이제는 분산조치를 통한 긴급탈시설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송파구 사회복지법인 신아원 내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아래 신아원)에서는 최초 코로나19 확진 발생 후 신속한 분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114명의 거주인 중 56명이 집단감염됐다. 

정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신아원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되자마자 장애계는 차디찬 광화문광장에서 긴급탈시설을 촉구했다. 그 결과 17일 만에 분산 조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100명이 넘는 거주인들이 시설로 재입소했다. 신아원 원장은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1인 1실조차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라며 분노했다. 

이어 정 활동가는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던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의 몸무게는 42kg, 폐쇄병동 생활 20년, 나이는 63세였다. 이 수치가 대한민국 시설정책의 현주소다. 강제로 또는 가족의 짐이 되지 않으려고 시설에 입소하면 평생 시설에서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야 한다. 오늘 발의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과 작년 12월에 발의된 장애인 탈시설지원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 속히 탈시설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후 1년이 넘도록 아무 대책 없이 코호트격리만 시키고 있다”라며 “장애인거주시설 거주 장애인 중 약 80%는 발달장애인이다. 이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한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장혜영 의원은 개정안에 일부 아쉬운 점을 밝히며, 이를 장애인 탈시설지원법을 통해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긴급탈시설의 대상을 감염병 발생 거주시설로 한정하고, 긴급탈시설의 정의를 정확하게 적지 않아서 아쉽다. 이미 발의된 장애인 탈시설지원법을 통해 폭넓은 논의를 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전장연 등 장애인권단체는 25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사진 이가연
전장연 등 장애인권단체는 25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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