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상황에 주거권·건강권 등 위험에 처한 주거취약계층
시설입소 중심의 홈리스정책, 근본적 전환 필요성 드러나
서울특별시 인권위원회(아래 서울시인권위)가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아래 노숙인 등)의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마련을 서울시에 권고했다.
서울시인권위는 ‘노숙인 등’의 주거권, 건강권, 먹을 권리, 노동할 권리 등 기본적 인권들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 주목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권고사항 중심으로 실효적이고 체계적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라고 서울시에 주문했다.
- 서울시인권위, 주거권 강조하는 ‘노숙인 등’ 제도개선방안 권고
앞서 서울시인권위는 4월 14일에 열린 ‘2021 서울시 인권포럼’에서 ‘재난 상황에서의 비적정 거처 거주민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조사는 거리, 노숙인시설, 쪽방, 고시원, 여관·여인숙,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PC방·만화방·찜질방 등)를 이용하는 노숙인 1014명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노숙인 등이 직면한 열악한 인권현실이 다시 한번 선명하게 드러났다. 주거환경과 급식서비스 접근은 더욱 나빠졌으며, 노숙인진료시설인 국·공립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노숙인 등이 접근·이용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더 제한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약계층 일자리 또한 감소하면서 생활능력은 더욱 후퇴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재난긴급생활비 등 코로나19에 대한 서울시 지원대책은 주민등록지가 타 시·도에 있거나 정보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서울시인권위는 이러한 상황을 알리며 노숙인 등은 일반적인 서울시민보다 훨씬 심각한 고통에 직면해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는 기존의 인권정책 혹은 사회보장체제의 평등한 집행에 더하여 인권의 주요한 사각지대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발굴, 해소하는 보다 공격적인 인권정책, 사회보장체제를 구축할 것이 요구”된다고 지적하면서 주거권 중심의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우선 서울시인권위는 긴급과제로 △급식서비스 확충 △노숙인진료시설 지정병원 확대 △코로나19 방역지침 이행에 충실한 거주공간의 발굴 및 지원을 권고했다. 또한 단기과제로는 △임시주거지원사업 개선 △매입임대주택 및 지원주택 공급 확대 △안정적인 공공일자리 제공 방안 마련 △일상적인 인권침해 감시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기과제로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생활공간 중심으로 사회보장서비스 제공 △서울시 자체적인 최저주거기준 마련하여 그에 미달하는 주거환경 적극 개선 △서울시 진료시설 지정제도 폐지로 원하는 의료시설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 △인권실태조사 실시 후 종합적 예방 계획 수립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설입소 중심의 홈리스제도, 근본적 전환’ 요구에도 서울시는 모르쇠
즉, 이번 서울시인권위 권고는 이제까지 시설입소 중심으로 이뤄졌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이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지난 2020년 4월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은 ‘홈리스 보호를 위한 코로나19 지침’에서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제시되는 ‘집에 머물기’, ‘자가격리’, ‘손 씻기’ 등과 같은 조치들은 적정한 주거시설을 확보한 사람들만의 조치일 뿐, 존재 그 자체로 인권침해 상태에 놓여있는 노숙인 등과 같은 주거취약계층에겐 어려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은 노숙인 등에게 적정한 주거시설을 제공하고, 그들이 사생활, 상하수도·세면, 음식, 사회적·심리적 지원 등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국가가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주소등록지에 관계없이 무상의 보건조치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강조하며, 노숙인 등이 방역 과정에서 ‘범죄인’으로 취급받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올해 초 이른바 ‘서울역 노숙인 집단감염 사태’를 비롯해 시설 중심 정책으로 인한 집단 감염의 위험을 번번이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시설입소 중심의 홈리스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실례로 지난 13일 발표한 ‘2021 여름철 종합대책’에서 서울시는 “거리노숙인을 위한 24시간 무더위쉼터 11개소를 운영한다”고 밝히면서 “이 중 5곳에는 쉼터 입구를 지날 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독약품이 방출되는 전신자동살균기를 운영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홈리스행동은 19일 논평에서 서울시인권위의 권고를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서울시는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주거의 제공이라는 의무 이행은 간과한 채 홈리스 당사자들을 검색, 통제하는 처방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홈리스행동은 “서울시가 올해 초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사업보고에 따르면, 서울 시내 노숙인 등의 규모는 2019년 대비 약 500명이 증가하였음에도 올해 서울시의 노숙인 등 정책의 내용과 예산 규모는 2020년과 거의 변함이 없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인권위의 이번 권고를 어떻게 수용하고 이행할 것인지 서울시는 분명히 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