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거리홈리스 백신계획,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이용자로 한정
종합지원센터 3곳밖에 없어… 센터 없는 서초구 거리홈리스는 ‘방치’
센터 집단감염 후 줄어든 이용자, ‘시설중심’ 벗어난 별도 계획 수립해야
* 서울시 입장문은 행정용어인 ‘거리노숙인’을, 그 이외에는 ‘거리홈리스’로 쓴다.
거리홈리스들이 코로나19 백신접종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실태조사가 발표되자, 서울시가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나 홈리스행동은 “시설중심으로 짜여진 서울시 백신계획은 모든 거리홈리스를 아우를 수 없다”고 응수했다.
서울시, ‘백신접종률 30% 아니라 43%’, 해명자료 내놨지만…
서울시는 17일, 홈리스행동의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와 관련한 언론보도 내용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관련기사)
서울시는 ‘노숙인 백신접종률이 30%에 불과하다’는 언론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 코로나19 예방접종 지침에 따라 노숙인시설 입소자 및 이용시설 이용인, ‘거리노숙인’ 총 2,953명 중 본인동의를 받은 노숙인 2,529명을 접종대상자로 등록해, 이 중 2,339명(79.2%)이 1차 백신을 접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리스행동의 설문조사는 시설입소자 등을 제외한 거리노숙인 일부(596명 중 101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1차 백신접종 인원 중 ‘거리노숙인’은 256명이며, 백신접종률은 ‘거리노숙인’ 596명 대비 43%다.
백신대상자에 종합지원센터 이용자만? 센터 없는 서초구는 ‘방치’
서울시가 거리홈리스 백신접종률을 43%라고 밝혔지만, 이는 ‘코로나19 취약시설’ 1차 접종률(87.6%) 및 ‘노숙인 등’ 타 유형과 비교했을 때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서울시가 근거로 삼은 ‘거리노숙인’ 숫자 596명도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몇 년간 서울시가 조사한 거리노숙인 인원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서울시 ‘거리노숙인’ 일시집계조사 결과, 5월 ‘거리노숙인’의 규모는 2018년 717명, 2019년 691명, 2020년 743명이다.
거리홈리스 백신 대상자 수가 적은 것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18일, 비마이너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월과 4월, 노숙인종합지원센터(아래 종합지원센터) 이용자 및 기존 센터 아웃리치를 통해 파악한 거리노숙인 명단을 추린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지원센터는 ‘노숙인 등’에 대한 일시적인 숙식 제공, 의료지원, 샤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서울시에는 총 3개의 종합지원센터(서울역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서대문구 브릿지종합지원센터, 영등포 보현종합지원센터)밖에 없다. 센터를 이용하지 않거나 센터가 없는 지역에서 지내는 거리홈리스는 서울시 통계에 잡히기 어려우며, 서울시의 백신접종 대상자에도 포함되지 못한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초구 방배동 모자사건' 이후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기존 종합지원센터 중심의 발굴·지원을 벗어나 '거리노숙인 상담원'을 통해 그 외의 지역을 돌며 산재한 노숙인을 찾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백신접종 계획에 ‘거리노숙인 상담원’을 통해 대상자를 발굴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지난해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속버스터미널 등 서초구에만 73여 명의 거리홈리스가 있다. 그러나 백신에 대해 금시초문이거나, 서초구에 종합지원센터가 없다는 이유로 보건소에서 백신접종에 난항을 겪은 사례도 있다”라며 시설 중심의 백신접종 대책을 비판했다.
서울시의 시설 중심 백신대상자 선별은 정부의 지침에도 맞지 않는다. 정부의 ‘코로나19 취약시설 대상 예방접종 시행 지침’에 따르면, 노숙인 시설은 관활 보건소에서 대상자를 파악하고, 시설 특성상 조사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에는 대상자를 추가하도록 접종계획에 포함해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직접 대상자를 추가적으로 발굴해 파악하지 않고, 종합지원센터 이용자만을 접종 대상자에 포함했다.
센터 집단감염 후 이용자 급감, ‘시설중심’ 벗어난 별도 계획 마련해야
홈리스행동은 거리홈리스의 경우, 백신접종 뒤 쉴 수 있는 거주지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통해 ‘거리노숙인 중 백신접종 후 종합지원센터에서 일시 보호한 노숙인은 33명, 임시주거 제공자는 14명으로 총 47명의 노숙인을 보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접종인원 256명에 비해, 서울시가 일시 보호나 임시 주거를 제공한 비율은 18.4%로 턱없이 부족하다. 주거지원 연계는 고작 5.5%에 불과하다.
백신접종 뒤 임시 주거를 제공한 비율이 저조한 것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백신접종 후 가급적 센터에서 주무시도록 안내했지만, 일부 ‘거리노숙인’ 분들이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자야하고, 냄새가 나서 불편하다며 이용을 꺼려하셨다”라고 답했다. 거리두기를 할 수 없어 시설이용을 기피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과거 센터 이용자가 빽빽하게 많았지만, 지금은 전체 노숙인 숫자가 감소했다”라고 답했다.
거리홈리스가 백신접종 후 종합지원센터 이용을 꺼려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올해 초 서울시 종합지원센터 일시보호시설 7개소 중 5개소에서 100명이 넘는 거리홈리스 이용자들이 집단감염 되었고, 이후 서울시는 센터를 이용자에게 일주일에 1번씩 코로나19 검사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홈리스행동 실태조사에서도 84%의 응답자가 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코로나 검사’를 꼽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센터 이용을 꺼리게 되면서, 낮은 백신접종률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미접종자 대책도 시설중심… 거리홈리스 사각지대 해소 안 돼
홈리스행동 실태조사 결과, 많은 거리홈리스들은 백신접종 시 이상반응이 생기면 가까운 병원이 아닌, 노숙인 지정병원으로 가야 할지 우려해 접종을 기피하고 있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는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재난상황이기 때문에 노숙인 지정병원으로 가지 않고 서울시 내 병원에서 응급조치가 가능하며, 서울시가 관할 보건소를 통해 병원비를 지원한다. 복지부와도 논의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정보는 거리홈리스에게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
홈리스행동은 서울시가 공개한 결과를 근거로 향후 정부에 거리홈리스 접종자에 대한 주거지원 보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해명자료에 미접종자에 대한 대책으로 ‘거리노숙인의 경우, 현장 거리상담 등을 통해 접종안내 및 신청을 받았으며, 1차 접종을 못한 노숙인은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백신접종 예약사이트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앞으로 종합지원센터에서 적극 접종을 안내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또한 거리홈리스의 특성을 간과한 대책일 뿐이다. 최근 ‘서울시의 2020 재난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리노숙인’ 가운데 스마트폰 미소지자의 비율은 78.6%이며, 인터넷 이용점수는 5점 만점에 2.2점으로 낮게 나타났다.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리홈리스의 정보접근성은 매우 열악하다.
이번 백신접종 계획에서 드러나듯, 서울시의 대책은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거리홈리스들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홈리스행동은 “‘백신접종 적극 안내’ 수준을 넘어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시설중심이 아닌 거리홈리스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접종계획을 거듭 촉구했다.
실제 미국의 CDC(질병예방통제센터)가 별도로 마련한 홈리스 지침에는 이동식 접종·선불 전화카드 및 휴대전화 제공 등 백신접근성 보장을 위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홈리스행동은 “시설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언론 대응에 매달리지 말고 ‘거리노숙인’의 낮은 접종률의 원인을 찾아내어 해결해야 한다. 실태조사의 주체도 민간단체인 우리가 아닌 서울시가 했어야 했다. 서울시의 게으르고 소극적인 행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