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서울시 거리노숙인 100여 명 확진… 일시보호시설 7곳 중 5곳에서 발생
확진자 발생 후 밀접접촉자 분류·격리·이송 지연되고, 거리두기 못 해
인권위 “감염병 시기, 노숙인 임시주거·급식제공 확대하고 의료체계 개선해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코로나19 상황에서 노숙인의 생존권과 안전권이 보장되도록 체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26일, 인권위는 서울시 노숙인시설 방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노숙인의 생존권과 안전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서울시장에게 관련 정책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작년 12월, 서울시 노숙인복지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일시보호시설 내 응급잠자리와 무료급식이 일시 중단됐다. 또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우려로 인해 노숙인에 대한 의료적 지원도 축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1월, 서울시 관할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내 일시보호시설 2개소에 대해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노숙인 시설에서는 코로나19 대응에 미비했으며, 시설 내 과밀 수용 및 노숙인 급식제공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후 노숙인진료시설 대부분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노숙인에 대한 의료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밝혀졌다. 

서울시, 노숙인 시설에서 집단 감염 발생 후 대응 늦어

거리노숙인 중 코로나19 확진자 발생현황. 인권위는 지난 1~2월 서울시 내 노숙인종합지원센터 내 일시보호시설 3개소, 노숙인보호시설 4개소에 대해 거리노숙인 중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 확인 규모에 대해  조사했다.  A종합지원센터에서 무려 90명의 확진자와 76명의 밀접접촉자가 발생했다. 자료제공 인권위
거리노숙인 중 코로나19 확진자 발생현황. 인권위는 지난 1~2월 서울시 내 노숙인종합지원센터 내 일시보호시설 3개소, 노숙인보호시설 4개소에 대해 거리노숙인 중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 확인 규모에 대해  조사했다.  A종합지원센터에서 무려 90명의 확진자와 76명의 밀접접촉자가 발생했다. 자료제공 인권위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2월 8일까지 서울시 거리노숙인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인원은 1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확진자는 서울시 소재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일시보호시설 7개소 중 5개소에서 발생했으며 이들과 밀접접촉한 인원은 최소 250명 이상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노숙인 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뒤 시설이용자에 대한 분류·격리·이송이 지연되었으며, 업무처리절차 지침에 따른 대응이 미비하거나 부재한 점이 밝혀졌다. 

지난 1월 29일, 일시보호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3명이나 발생했지만, 29시간이 지나서야 같은 시설 이용자에 대한 밀접접촉자 분류가 이뤄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대응지침에 따르면 관할 보건소가 확진환자를 인지한 당일에 격리조치를 시행해야 했지만, 보건소가 아닌 확진자가 발생한 일시보호시설에서 직접 밀접접촉자를 확인하고 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분류가 지체되었으며, 서울시는 확진자를 위한 격리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노숙인들은 화장실도 없는 열악한 컨테이너에서 격리조치 됐다.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거리노숙인 확진자 49명과 밀접접촉자 17명은 입원 및 이송을 위해 서울시에서 임시로 마련한 격리시설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시설이었으며, 이 중 한 곳은 화장실도 없었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노숙인들은 화장실이 없어 소변을 보기 위해 플라스틱통을 이용했으며, 대변을 참기 위해 식사는 가능한 적게 먹어야 했다. 

화장실이 있는 컨테이너도 변기가 고장 나 악취가 나는 등 위생이 불결했다. 확진 판정된 자가 용변을 보기 위해 시설 종사자와 함께 서울역 주변을 왕래해 감염 확산 위험이 있었으며, 컨테이너에서 동일집단격리 상태에 있던 4인 중 1인이 확진자로 판정되기도 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서울시에 지난 1월 발생한 거리 노숙인의 코로나19 발생 관련 대응 과정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안전하게 격리되어 생활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이러한 내용을 관련 종사자에게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1월, 서울시 노숙인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거리홈리스는 컨테이너 공간에서 생활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도시락과 물은 공급되었으나 소변은 밖에 있는플라스틱 통을 썼으며, 대변 처리가 어려워 가능한 식사는 조금만 먹었다고 당사자분이 말했다”고 전했다. 사진 홈리스행동
지난 1월, 서울시 노숙인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거리홈리스는 컨테이너 공간에서 격리됐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도시락과 물은 공급되었으나 소변은 밖에 있는플라스틱 통을 썼으며, 대변 처리가 어려워 가능한 식사는 조금만 먹었다고 당사자분이 말했다”고 전했다. 사진 홈리스행동

거리두기 못하는 노숙인 응급잠자리 시설, 대체숙소 제공해야

또한 서울시가 지원하는 응급 잠자리 시설에서 노숙인들은 과밀 수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노숙인복지법에 따라 노숙인일시보호시설 7개소를 통해 1일 500명 이상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동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노숙인 1인당 수면실 면적은 3.3제곱미터(1평) 이상이다. 서울시의 일시보호시설 중 1곳 외에는 법무부의 ‘법무시설 기준규칙’에 따른 일반독거실 수용자 1인당 기준 5.4제곱미터(1.6평)보다도 좁은 공간을 1인당 평균 취침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인권위는 좁은 응급잠자리 시설을 지적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물리적 거리두기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발생한 100여 명의 노숙인 확진자 중 42명이 일시보호시설 내 잠자리 이용자인 점에 비추어볼 때 시설환경을 조속히 개선하고, 대안적 대체숙소를 제공하는 등 과밀 수용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전에도 충분하지 않았던 급식제공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축소되거나 일시중단된 점도 지적됐다. 현재 노숙인 대상 민간 무료급식시설 중 50% 이상이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인권위는 “재난 상황에서 식사는 기본적 생존요건이지만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식사가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거리노숙인에 대한 급식지원 예산의 확대를 통해 일별 급식제공 횟수를 늘리고 급식의 질을 제고해 급식 지원의 지속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숙인진료시설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뒤 노숙인 응급환자 거부되기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서울시의 종합병원급 노숙인 진료시설 9개소 중 7개소가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4개소의 병원에서 노숙인의 입원치료가 일시중지 되었으며, 수술치료 병원도 3개소로 축소 운영됐다. 또한 노숙인 응급환자에 대해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입원 의뢰가 거부되거나 응급이송 자체가 거부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인권위의 방문조사 기간 중 혹한기 동상으로 발목부위 절단 우려가 있는 노숙인 환자가 적정한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왔다. 

따라서 인권위는 서울시에 노숙인에게 중대 질병 등의 응급 상황이 발생한 경우 응급이송, 입원 의뢰 등의 조치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의 협조 체계를 구축할 것과, 노숙인진료시설에 대한 점검을 통해 의료지원이 지체되거나 거부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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