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가해자로 청암재단 노동조합 간부 지목돼
일상적인 거주인 폭행 정황 제보도 나와
대구 동구청 엄중한 행정처분 없어 인권침해 반복돼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또 거주인 폭행·학대 제보가 나왔다. 학대 가해자는 청암재단 노동조합 간부로 지목됐다. 청암재단 산하 거주시설에서의 거주인 인권침해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12건에 이른다. 그러나 2005년 이사진 교체 이후, 대구 동구청은 1차 ‘개선 명령’ 행정처분만 내려왔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는 오전 11시 대구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끊이지 않는 청암재단 산하 거주시설에서의 장애인 폭행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촉구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전 11시 대구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끊이지 않는 청암재단 산하 거주시설에서의 장애인 폭행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촉구했다. 사진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전 11시 대구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끊이지 않는 청암재단 산하 거주시설에서의 장애인 폭행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촉구했다. 사진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 거주인 방임·폭행 올해만 세 건… 일상적 폭행 정황도

대구장차연은 청암재단 산하 거주시설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에서 올해만 세 건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청구재활원에서 장애인이 실종되었으나 근무자들이 실종 사실을 뒤늦게 인지해 나흘 만에 발견했고, 사회복지사가 물건으로 거주인을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사이엔 또다른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일경 천혜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 ㄱ 씨가 한 거주인이 생활관 내에서 개인밥상을 일찍 폈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수차례 때렸다는 제보가 나왔다. ㄱ 씨는 이전에도 거주인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폭행을 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경산경찰서 고발이 이뤄졌고, 대구 동구청과 대구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됐다. 동구청은 대구장차연에서 기자회견을 연다고 하자, 열흘이 지난 오늘에서야 부랴부랴 천혜요양원 현장점검에 나섰다. 

청암재단 노동조합 간부로 알려진 사회복지사 ㄱ 씨의 거주인 폭행은 일상적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천혜요양원과 청구재활원에서 40년간 살았던 탈시설장애인 ㄴ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가 과거 목격했던 ㄱ 씨의 폭행을 폭로했다. 언어적 의사표현이 어려운 그를 대신해 사회복지사가 증언을 대독하는 중간중간 ㄴ 씨는 몸으로 구체적인 폭력 행위를 표현하기도 했다. 

“1993년 천혜요양원에 입소해서 2020년 탈시설할 때까지 생활했습니다. 저는 2층에서 거주하였습니다. 천혜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사회복지사 ㄱ 씨와 다른 사회복지사가 거주인의 다리를 누르고, 팔을 잡고, 꼬집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였습니다. 특히 지적장애와 뇌전증이 있는 장애인이 화가 나서 물건을 던지거나 할 때, 거주인의 다리를 누르고 팔을 잡아서 움직일 수 없게 하였습니다. 힘을 가하여 누르면 장애인은 움직일 수 없어서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리고 팔목 바깥쪽이나 겨드랑이 안쪽을 주로 꼬집기도 하였습니다.” 

탈시설장애인 ㄴ 씨는 “최근에도 사회복지사가 거주인을 때렸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화가 났다”라며 “더 이상 시설 안에서 폭행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암재단 시설 내 인권침해 사건 일지. 청암재단 시설에서 2~3년에 한 번씩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졌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자료
청암재단 시설 내 인권침해 사건 일지. 청암재단 시설에서 2~3년에 한 번씩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졌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자료

- 청암재단 장애인인권 침해 반복… 동구청의 수수방관이 한몫

앞서 밝힌 것처럼 청암재단의 장애인인권 침해는 밝혀진 것만 12건에 이른다. 

청암재단은 지난 1952년 설립된 사회복지재단으로, 산하시설로 장애인거주시설 청구재활원(거주장애인 118명), 천혜요양원(거주장애인 26명)이 있다. 이들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각종 운영비 비리와 장애인 강제노역, 인권유린, 장애인 임금 갈취 등은 지난 2005년 KBS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를 계기로 당시 재단 이사진은 퇴진했다.  

그러나 거주인 인권침해는 계속됐다. 2010년에서 2015년까지 거주 장애인 13명을 정신의료기관에 강제 입원시켰고, 2015년에는 장애인에 대한 폭행과 강제추행이 밝혀져 가해 사회복지사 3명이 처벌받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새로 꾸려진 ‘민주이사진’은 그해 4월 법인, 노조, 이용자회 등과 함께 집단수용시설의 근본적 문제에 공감하며 청암재단의 공공화와 법인 차원의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을 선언했다. 이에 현재까지도 4명의 장애인권단체장이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시설장과 종사자의 보호의무 소홀 등으로 장애인이 상해를 당하거나 사망하는 사건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최근에는 청암재단 노조에서 노골적으로 탈시설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청암재단 시설 직원은 총 88명이며, 이 중 69명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청암재단 이사이기도 한 노금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사장은 “참담한 마음에 앞서 (청암재단 이사로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청암재단 이사진으로 참여하면서 시설에 있는 장애인을 시민으로, 시설이라는 노동현장을 지역사회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사가 되고도 계속 (장애인인권침해) 사건이 벌어졌다. 이전과 달리 은폐보다는 조치와 개선을 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함께 만들어보자고 어려운 시간을 걸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무산돼 버렸다”라며 “(이사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뭇매를 달게 받겠다. 아직도 시설에 계신 분들의 권리가 확보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장애인복지시설 행정처분기준에 따르면 ‘위반행위의 횟수에 따른 행정처분의 가중된 부과기준은 최근 3년간 같은 위반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에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시설 행정처분기준에 따르면 ‘위반행위의 횟수에 따른 행정처분의 가중된 부과기준은 최근 3년간 같은 위반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에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대구 동구청은 계속된 인권침해 문제에도 1차 ‘개선명령’ 행정처분만 내렸다. 행정명령조차 내리지 않은 경우도 6건에 이른다. 장애인복지시설 행정처분기준에 따르면 ‘위반행위의 횟수에 따른 행정처분의 가중된 부과기준은 최근 3년간 같은 위반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에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암재단 시설에서 2~3년에 한 번씩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졌던 것에 비춰, 동구청의 솜방망이 행정처분이 청암재단 인권침해 반복의 주원인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통상 행정처분은 1차 개선명령, 2차 시설장 교체, 3차 시설폐쇄 순으로 이뤄진다. 이에 대구 동구청에 행정처분 기준에 대해 문의했으나 담당자가 현장점검 중이어서 답을 듣지 못했다.  

박명애 대구장차연 상임대표는 “대구 동구청은 시설만 지어놓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아침에 일찍 밥상 폈다고 뒤통수 맞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분노스럽다. 이번에는 동구청이 이 사건을 어떻게 행정처분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장차연은 동구청에 △민관합동인권침해 실태조사단 구성 △청암재단 인권침해 사건 조사 후 엄정한 행정처분 조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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