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경찰과 협의’ vs 서울경찰청 ‘협의한 적 없어’
“대중과 시민이라는 말 안에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아”… 여론 ‘분노’
과도한 장애인 차별 조치, 전장연 “매일 이동권 선전전 이어나갈 것”

6일 오전, 장애인 이동권 선전전 소식에 혜화역 2번출구 엘리베이터가 안내문과 함께 봉쇄되어 있다. 사진 제공 전장연
6일 오전, 장애인 이동권 선전전 소식에 혜화역 2번출구 엘리베이터가 안내문과 함께 봉쇄되어 있다. 사진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이동권 선전전을 막기 위해 장애인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엘리베이터를 봉쇄해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금일 예정된 장애인단체의 불법시위(휠체어 승하차)로 인하여 이용시민의 안전과 시설물 보호를 위하여 엘리베이터 운행을 일시 중지합니다.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혜화역장)”

6일 오전 8시경,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하기 위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공동대표를 비롯한 장애인 활동가들은 전장연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는 이용을 일시 중지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위험 출입금지”라는 테이프가 둘러쳐져 있었다.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기 위한 유일한 이동수단인 엘리베이터가 봉쇄되자, 장애인 활동가들은 주변 경찰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지하철을 탈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맞은편 혜화역 3번 출구 엘리베이터는 봉쇄되지 않았지만, 이 소식을 몰랐던 활동가들은 휠체어로 20여 분간 이동해 다음 정거장인 한성대입구역까지 가야 했다. 이들은 한성대입구역에서 혜화역 승강장까지 다시 와서 약 20분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선전전을 진행했다. 그렇게 오전 9시경 시위를 마친 뒤에야 봉쇄되었던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이에 전장연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서울교통공사와 혜화역을 규탄했다. 전장연은 “우리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연내 개정 촉구 지하철 출근 선전전’을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법 개정이 될 때까지 매일 진행할 예정이었다”라며 “그런데 사전에 선전전이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시위 운운하며 지하철 엘리베이터 운영조차 막아버렸다. 경악스러운 일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이번 원천 봉쇄는 서울교통공사의 지시에 의한 조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장연은 “우리는 서울교통공사와 혜화역의 야비한 조치에 강력하게 항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일도 혜화역에서 지하철 출근 선전전을 진행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6일, 장애인 활동가들이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전장연
6일, 장애인 활동가들이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전장연

혜화역 엘리베이터를 봉쇄조치 한 서울교통공사는 여전히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6일, 비마이너와의 전화통화에서 “(전장연은) 평화적 시위를 하지 않아 이로 인해 과거 2시간가량 한 호선 전체가 운영을 못 하기도 했다”라며 “출근 시간에 혼란이 예상되어 지난 3일, 경찰에 시설물 보호요청을 한 뒤 당일 오전 서울경찰청 관계자와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 관계자가 비상회의를 통해 (엘리베이터 봉쇄를) 결정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의 답변과 달리, 경찰은 엘리베이터 봉쇄를 위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비마이너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시설물 보호요청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협의를 한 건 아니었다. 최종 판단은 서울교통공사가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이번 서울교통공사의 엘리베이터 봉쇄 조치에는 적법한 근거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이번 사태가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장애인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엘리베이터만 봉쇄한 서울교통공사의 조치가 매우 악의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트위터에는 “휠체어 이용자는 당연히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데 이를 ‘불법시위’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서울교통공사에 민원을 넣었다”, “교통 불편을 유발하는 건 시위가 아니라 불편을 방치한 시설의 책임이다”, “대중과 시민이라는 말 안에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용자를 위해 이용자의 출입을 막는 것이 가능한 논리인가?”라는 의견이 퍼지고 있다.  

나동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변호사는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을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봉쇄했다. 그러나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사유지가 아닌 공용공간인데, 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은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장애인들이 소수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시위를 단순히 일반 시민들이 불편하리라 판단해 엘리베이터를 봉쇄한 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6일, 장애인 활동가들이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고, 경찰들이 이를 에워싸고 있다. 사진 제공 전장연
6일, 장애인 활동가들이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고, 경찰들이 이를 에워싸고 있다. 사진 제공 전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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