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420투쟁 마무리
새 정부 출범 이후 더 강경한 투쟁 결의 다져
43명이 경복궁역에서 릴레이로 삭발하고(5월 1일 기준), 발달장애인과 가족 557명이 동시 삭발에 단식농성을 하고, 1500여 명이 여의도 일대에 집결해 결의대회를 열고, 한 달 만에 재개한 출근길 지하철에서 오체투지 투쟁을 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에 많은 언론과 시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2022년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은 1일 오후 1시, 서울시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에서 해단식을 열고 “윤석열 정권, 장애인 정책 후퇴할 게 예상된다. 더 끈질기게, 더 힘차게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 역대 최대 규모 420투쟁, 묵묵부답인 인수위
올해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투쟁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장애인권리예산 투쟁에 대한 언론과 시민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지난해 12월, 장애인들은 당시 대선 후보들에게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약속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과 혜화역 승강장 선전전을 진행했다. 생방송 TV 토론회에서 장애인권에 관한 약속을 요구했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 약속하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의 핵심 인물이 됐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가 됐고 안철수 후보는 인수위원장이 됐다. 장애인들은 인수위를 향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약속을 촉구하며 지하철 타기 투쟁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투쟁을 공격하며 혐오의 장을 열었다. 이 대표의 공격으로 혐오발언을 할 용기를 얻은 시민은 앞다퉈 장애인들에게 모욕과 조롱, 협박 등 현실적 위협을 가했다.
장애인들은 인수위의 확실한 약속을 요구하며 지난 3월 30일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 전날인 5월 9일까지 릴레이 삭발투쟁 중이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3명이 삭발했다. 4월 19일에는 발달장애인과 가족 557명의 동시 삭발식이 있었다. 인수위를 향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국정과제에 포함하라”고 요구하며 삭발하고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5월 1일 기준, 단식 12일째다.
수많은 장애인이 머리를 깎고 곡기를 끊으며 투쟁했지만, 인수위가 4월 19일에 내놓은 장애인 정책에는 “검토하겠다”, “확대하겠다”만 있을 뿐 아무 내용이 없었다. 장애인들은 이를 “맹탕 답변”이라 평가하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 당일에는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 활동가 1500여 명이 여의도 일대에 집결했다. 맹탕 답변을 내놓은 인수위를 규탄하고, 국회를 향해 민생4법(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안,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21일에는 인수위 답변을 규탄하는 ‘2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이 있었다. 장애인들은 휠체어에서 내려와 지하철 바닥을 온몸으로 기는 오체투지 투쟁을 진행했다. 22일 아침에도 오체투지를 진행하며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장애인권리예산에 관해 청문회에서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2일 열리는 청문회에서 추 후보자가 어떻게 답변하는지에 따라 5월 3일 출근길 투쟁 재개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 “20년 투쟁이 오늘날 투쟁의 동력… 앞으로도 함께”
420공투단 해단식에는 삭발투쟁을 한 장애인활동가들이 연달아 무대에 올라와 발언했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오늘(1일) 발언자들 공통점이 다들 ‘깍두기’라는 것이다”라며 미소 짓기도 했다.
권달주 대표는 “전장연은 대한민국의 복지 패러다임을 바꿔왔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당선자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만 투쟁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지난 20년간 그 어떤 정부에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고 우리의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오늘 같이 날씨 좋은 날,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3만 명 장애인과 함께 마로니에공원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씨가 좋으면 밖에 나갈 수 있는 보통의 삶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 끝까지 싸우자. 곧 출범하는 보수 정권에 기죽지 말고 전장연의 당당하고 끈질긴 의지로 다시 투쟁하자”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출근길 지하철 투쟁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온몸이 다친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420 투쟁 때 경찰 폭력 때문에 몸이 부서졌다. 경찰들 폭력적인 것은 20년 싸운 경험이 있어서 익숙했지만 시민의 시선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 우리가 할 일이 많다”며 “20년 투쟁했지만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새 대통령이 될 사람은 장애인을 더욱 구석으로 몰아치고 핍박할 것이라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마음 독하게 먹고 함께 투쟁하자”고 독려했다.
문경희 세종장차연 공동대표는 “전두환 정권이 ‘불쌍한 장애인들 하루 잘 놀게 하자’는 의미로 만든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날로 만든 동지들이 자랑스럽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윤석열 정부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요구를 들을 때까지 가열차게 투쟁하자”고 했다.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또한 “20년 투쟁의 역사가 오늘날 투쟁의 동력이다. 새 정부 출범하고 나면 답답하고 화나는 일 많겠지만 단념하지 말고 외롭지 않게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420공투단은 해단식 후 새로운 투쟁의 결의를 다지며,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동숭로 일대를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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