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2천 명, 국회 앞 집결해 35차 6·13 대회 개최
노점상특별법, 국회 논의 한 차례도 없어
연내 제정 위해 투쟁 선포… “노점상도 당당한 직업인”

노점상 2천여 명이 국회 인근에 모여 전국노점상대회를 열었다. 사진 하민지
노점상 2천여 명이 국회 인근에 모여 전국노점상대회를 열었다. 사진 하민지

13일 오후 1시, 노점상 2천여 명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35차 6·13 전국노점상대회’를 열고 국회를 향해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아래 노점상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노점상특별법은 지난 1월 2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동의 수 5만 명을 달성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아래 산자위)에 회부됐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국회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최영찬 민주노련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민주노련 소속 노점상이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하라’라고 적힌 부채를 들고 있다. 그의 뒤로 폴리스라인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민주노련 소속 노점상이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하라’라고 적힌 부채를 들고 있다. 그의 뒤로 폴리스라인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 ‘88올림픽 성화 봉송 구간에 노점 치워라’… 35년 전, 노점상 5천 명 들고 일어났다

노점상들은 매년 6월 13일에 ‘6·13 대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이날을 ‘노점상의 6월항쟁’이라 부른다.

1회 6·13 대회는 1988년에 열렸다. 그해 9월에는 일명 ‘88올림픽’이라 불리는 24회 하계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국제행사 개최를 앞두고 거리를 정비한다는 이유로 노점을 강제철거하기 시작했다.

정치인은 노점을 없애버리면서 선거운동할 땐 이용했다. 1988년 4월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6월이 되자 노태우 정부는 ‘서울지역 손수레 보관소 폐쇄 조치’ 정책을 펼치며 올림픽 성화봉송 구간에 노점이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이에 분개한 노점상 3천 명은 ‘도시노점상연합회’를 결성하고 6월 13일에 성균관대학교 금잔디광장에 집결해 ‘노점상 생존권 수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5천 명으로 늘어난 시위대가 서울시청 앞으로 가려고 하자 당시 전투경찰이 강경진압했다.

분노한 노점상은 6월 16일까지 나흘간 투쟁을 전개했다. 노점상 생존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며 노점상이 저항세력으로 부각된 순간이었다. 이에 따라 노태우 정부는 강경한 노점단속 방침을 유보하고 ‘손수레 보관소 폐쇄’ 정책을 보류했다. 이때부터 6월 13일이 노점상의 6월항쟁으로 자리 잡게 된다.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노점상도 엄연한 직업인 “노점상특별법 제정하라”

민주노점상전국연합(아래 민주노련)에 따르면 현재 한국 노점상은 약 3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한국직업분류’에 코드번호 5322번으로 등재돼 있다. 그러나 범법자, 탈세자 등의 사회적 낙인과 지방자치단체의 기습적 단속에 시달리며 생존권이 침해돼 왔다.

이에 지난 1월, 노점상과 노점상 생존권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 5만 명이 “노점상을 경제의 한 주체로 인정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취지로 노점상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노점상특별법은 ‘노점상 생존권 보장’이라는 목적 아래 △국가 및 지자체에 ‘노점상생계대책협의회’ 설치 △과태료 기준과 부과 주기 제한 및 철거비용 기준 제한 △노점 철거를 목적으로 제기되는 악성민원으로부터 노점상 보호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법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5만 명을 달성해 국회 산자위로 바로 회부됐지만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황인헌 공동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황인헌 공동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황인헌 전국노점상연합 개혁연대 공동의장은 “35년 전인 1988년 6월 13일, 노점에 대한 대대적 단속과 탄압이 시작되면서 노점상의 기나긴 투쟁의 역사도 시작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노점을 철거해 달라는 악성민원을 넣고 지자체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노점을 철거하고 있다”며 “우리가 보호받으려면 노점상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또한 “노점상은 거리의 문화를 만들고 서민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엄연한 직업인이이자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러나 노점상을 보호할 기본적 법 하나 없다. 올해에는 기필코 노점상특별법 만들어서 우리도 사람답게 살자”고 말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날 대회에 참석한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시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을 노점상은 못 누리고 있다. 정의당조차도 노점상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 죄송하다. 오늘(13일) 일거리를 주셨다. 다시 일할 기회를 주신 거라 생각하고 국회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련은 결의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의 5일장이 사라지면서 노점상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지자체는 세금을 들여 용역깡패를 고용해 노점상을 없애고 수천만 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또한 ‘노점상 가이드라인’은 노점을 탄압하는 수단이 됐다. 노점상은 벼랑 끝 절벽으로 내몰려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우리 노점상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노점상 가이드라인을 거부한다. 과도한 과태료 부과로 삶이 저당 잡히는 것도 거부한다. 1988년, 군부독재에 맞섰던 역사를 기억하며 끝까지 투쟁해 노점상특별법 제정을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6·13 대회는 12시경부터 열린 사전대회를 포함해 약 3시간가량 진행됐다. 대회 중 양연수 민주노련 고문이 감사패를 받았다. 노점상 2천여 명은 대회 후 국회의사당 인근을 행진하며 노점상특별법 연내 제정을 요구했다.

전국노점상대회 참가자들. 사진 하민지
전국노점상대회 참가자들. 사진 하민지
‘투쟁’을 외치는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사진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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