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호 서울시의원, 노점 단속 조례 추진 중
민원 3건 들어오면 강제철거… ‘삼진아웃제’
노점상들 “노점 말살 정책, 울화통 터진다”
5만 동의 얻은 노점상특별법, 먼저 제정돼야

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노점 삼진아웃제’가 포함된 ‘서울시 노점 관리 조례’를 추진 중이다.

이에 민주노점상전국연합(아래 민주노련), 전국노점상총연합(아래 전노련), 대전국노점상연합 소속 노점상들은 ‘서울시 노점말살조례저지 노점단체 대책위원회(아래 서울노점대책위)’를 꾸렸다. 이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는 노점 말살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지난해 4월 20일 게시된 사진. 문성호 서울시의원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운동 당시, 가로수 옆에서 장사 중인 노점상과 대화하고 있다. 노점상들은 21일 기자회견에서 문 의원을 향해 “선거에 필요할 땐 노점상을 이용하고선 당선되고 나니 노점을 철거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성토했다. 사진 문성호 서울시의원 블로그 ‘늘 이기는 기자 이기자’
지난해 4월 20일 게시된 사진. 문성호 서울시의원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운동 당시, 가로수 옆에서 장사 중인 노점상과 대화하고 있다. 노점상들은 21일 기자회견에서 문 의원을 향해 “선거에 필요할 땐 노점상을 이용하고선 당선되고 나니 노점을 철거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성토했다. 사진 문성호 서울시의원 블로그 ‘늘 이기는 기자 이기자’

- 노점상들 “울화통 터져… 문성호라는 사람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

기자회견에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노점상이 모였다. 이들은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번 사안을 전해 듣고 깜짝 놀라 지방에서 서울까지 달려온 노점상도 있었다. 단속을 우려해 익명 표기를 요청한 60대 노점상 ㄱ 씨는 울산시에서 30년 넘게 노점을 운영하며 양말, 수세미 등 잡화를 판매 중이다.

ㄱ 씨는 “지난 30년간 별의별 험한 꼴을 다 당했지만 이런 정책이 대놓고 나오는 건 처음 본다. 하루에 천 원도 못 팔 때가 많은 힘든 시기에 이렇게까지 하니 걱정이 너무 많다”며 “경상도 사람들은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표를 줬는데, 뽑아 놓고 나니 자기들 배만 불리고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이렇게까지 내팽개치니 참 걱정스럽다”고 한탄했다.

이경민 민주노련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에서 야채를 파는 80대 노점상 ㄴ 씨의 사연을 대신 전했다. ㄴ 씨 또한 단속 때문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ㄴ 씨는 ‘자식이 다 죽고 야채 팔아서 손주 키우며 먹고사는데, 문성호라는 사람이 나를 못살게 한다. 울화통이 터져서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고 성토했다고 한다.

서울시의회 앞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일방적인 노점관리 조례 제정 즉각 중단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시의회 앞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일방적인 노점관리 조례 제정 즉각 중단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민원 3건이면 노점 강제철거 ‘삼진아웃제’

조례 발의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문성호 서울시의원이 TBS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발의계획을 발표한 게 전부다.

노점상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건 삼진아웃제다. 문 의원은 지난달 23일, TBS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노점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지역 내 노점을 관리하기 위한 조례를 추진 중”이라며 “조례를 통해 불법 노점이 뭔지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불법 노점에 민원이 발생할 경우 경고 두 번까지는 허가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겠지만 세 번 이상이면 철거집행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단독] 서울시의회, '노점 삼진아웃제' 조례 추진한다)

김나영 민주노련 대외협력실장은 “노점을 불법으로, 노점상을 범법자로 규정하는 정책일 뿐이다. 민원 중에는 악성 민원도 있는데, 그것은 왜 고려하지 않나? 민원 세 번으로 노점 철거한다면 서울 시민 목소리 세 번으로 문 의원도 사퇴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박무웅 진보당 서울시당 부위원장도 “시의원을 해임하기 위해선 아주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만들어 놓고 생계 꾸리는 노점상에게는 삼진아웃을 운운하다니, 가난한 사람의 생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한 노점상이 “현장 목소리 외면한 책상머리 정책 중단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 노점상이 “현장 목소리 외면한 책상머리 정책 중단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노점단속제’라 불리는 노점허가제의 복사판될까 우려

문 의원은 노점을 양성화할 목적으로 조례를 추진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그는 TBS 인터뷰에서 “현재 서울시에서 노점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관련 조례가 없어 불법 노점에 대한 확실한 규정이 없다. 추진되는 조례는 노점을 규제하자는 내용도 담고 있지만 양성화를 위한 선도의 목적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레드문’에 공개한 영상에서도 “해당 조례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입법 검토 의뢰를 맡겼다. 불법 노점 근절과 동시에 (노점 운영이) 생계에 ‘진짜 필요한’ 분들은 양지로 끌어올리는 게 (조례 추진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관련 영상: 문의원 2월 월간 의정보고)

그러나 서울노점대책위는 “그동안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던 서울시 모든 노점정책의 진짜 목적은 노점 감축이었다”고 반발했다. 문 의원이 언급한 노점허가제가 서울시에서 2018년에 시작된 이후, 실제로 노점 수는 줄어들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가 지난 7일 공개한 ‘연도별 거리가게(노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 6669개였던 노점은 지난해 5443개까지 1천 개 넘게 줄었다. (관련 자료: 서울시 도로관리과 가로환경개선)

한 노점상이 “노점말살 조례 제정 중단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 노점상이 “노점말살 조례 제정 중단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그간 노점허가제는 노점상 당사자들로부터 ‘노점단속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허가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가이드라인처럼 방향만 제시하고 정책 시행은 각 자치구에 맡겨 놓은 상태다.

각 자치구는 노점상의 재산 수준에 따라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가 하면, 도로 점용료를 내게 하는 곳도 있다. 동대문구의 경우 지난해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도입해 불법 노점을 단속하고 있다. 이 같은 진입장벽 때문에 허가받은 노점은 매우 적다. 2020년 기준 허가 노점 비율은 29.3%다.

조항아 민주노련 사무처장은 “노점허가제 시행 이후 달라진 건 단속의 모습밖에 없다. 예전처럼 용역을 고용해 폭력적 철거를 자제할 뿐, 단속을 ‘보기 좋게’ 하고 있다. 사실상 노점단속제인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서울노점대책위 또한 “서울시 복지정책이 발전하고 시민의 생계가 나아져서 노점상 수가 줄어든 게 아니다. ‘허가’라는 이름으로 노점상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그걸 이용해 과태료 폭탄으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허가 취소로 퇴출해 왔던 결과”라고 성토했다.

문 의원은 이처럼 자치구별로 다른 노점 정책을 통합하기 위해 해당 조례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진아웃제 등의 내용이 실제로 의회를 통과한다면, 해당 조례 또한 단속이 주된 목적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가난한 모든 노점상을 불법화하겠다는 것인가?”

기자회견에서는 노점을 단속하기에 앞서, 가난한 사람들이 왜 노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도시연구소는 2021년 9월부터 10월까지 민주노련과 전노련에 가입한 노점 중 수도권, 대전, 울산 지역의 상설 노점을 설문 조사했다. 설문에는 총 106명이 응답했다. 노점을 하게 된 주된 이유로는 ‘사업실패 또는 실업’이 62.3%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장애나 채무 등 개인 사정으로 일반 취업이 어렵다’가 20.8%로 뒤를 이었다. 

2020년 한 해 동안 노점상의 월평균 운영소득은 131만 2000원이었다. 100만 원 이하는 54.9%로 절반 이상이었다. 평균 채무 금액은 약 7400만 원이었다. 노점상 중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수급가구 비율은 9.4%였다. 받고 있는 급여의 종류는 주거급여가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시기에 운영소득이 줄어든 노점상 중 34%는 대출에 손을 뻗었다. 절약하거나 별다른 방법 없이 견디고 있다는 사람은 30%였다. 빈곤을 버티기 위해 제일 먼저 식비를 줄였다고 한다(45.5%). 그래도 모자라 월세, 관리비, 공과금 등 주거 비용을 못 내고 있으며(30.3%),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23.2%).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경제 위기 때 상인 보호 대책에서도 노점상은 늘 배제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난한 사람이 노점을 생계대책으로 택한 이유는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다”며 “문성호 서울시의원은 민원으로 인한 삼진아웃 등 노점상에게 가해지는 가장 악랄한 폭력을 제도화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가난한 모든 노점상을 불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박무웅 진보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이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박무웅 진보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이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 제정하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서울시의회의 ‘노점 말살’ 조례보다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아래 노점상특별법)이 먼저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점상특별법은 ‘노점상 생존권 보장’이라는 목적 아래 △국가 및 지자체에 ‘노점상생계대책협의회’ 설치 △과태료 기준과 부과 주기 제한 및 철거비용 기준 제한 △노점 철거를 목적으로 제기되는 악성민원으로부터 노점상 보호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1월, 노점상특별법은 국회국민동의청원 5만 동의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자동 회부됐다.

정부는 ‘신중 검토’ 의견을 전하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지난달 14일 열린 국회 제1차 청원소위에서 “식품위생법상의 원칙(과 충돌하고), 소상공인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업자등록부터 시작하는 양성화가 출발점인데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노력하고 있고, 지자체들이 (노점상특별법 제정에) 반대 의견을 제기한다”며 “현재의 불법 상태를 그대로 권리화하는 면에 대한 우려가 생긴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자료: [2100074]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에 관한 청원(최영찬외 50,000인))

박무웅 부위원장은 “노점상은 벌금 말고 세금을 내겠다며, 노점상을 경제주체로 인정하고 생계를 보호받기 위해 노점상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노점대책위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을 향해 면담요구서를 제출했다. 또한 매년 열리는 6·13 전국노점상대회까지, 서울시 조례 추진 중단에 대해 강경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퍼포먼스를 펼치는 노점상들.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강제철거”, “과태료 폭탄”, “노점 삼진아웃제”라고 적힌 피켓과 쇠사슬을 목에 걸었다. 사진 하민지
퍼포먼스를 펼치는 노점상들.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강제철거”, “과태료 폭탄”, “노점 삼진아웃제”라고 적힌 피켓과 쇠사슬을 목에 걸었다. 사진 하민지
퍼포먼스를 펼치는 노점상들.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강제철거”, “과태료 폭탄”, “노점 삼진아웃제”라고 적힌 피켓을 부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퍼포먼스를 펼치는 노점상들.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강제철거”, “과태료 폭탄”, “노점 삼진아웃제”라고 적힌 피켓을 부수고 있다. 사진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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