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18개국 시민 254명, 장애인 권리 지지 연명
“유엔권리협약 이행하고 장애인 기본권 보장하라”
한국·EU 장애계 공동성명 “탈시설 왜곡 중단하라”

2022년 5월 11일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지하철 바닥에 엎드린 채 승객들을 향해 말을 걸고 있다. 사진 비마이너 DB
2022년 5월 11일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지하철 바닥에 엎드린 채 승객들을 향해 말을 걸고 있다. 사진 비마이너 DB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두고 일부 정치권과 여론에서 비난과 혐오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에서 장애인 권리 투쟁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전장연은 유럽과 국제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제인권법 전문가‧장애인권 운동가 등 해외 시민 254명이 장애인 기본권 투쟁을 지지하는 연대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서울시에 장애인권리예산·입법을 촉구했다고 22일 밝혔다.

- 해외 시민사회계 “장애인 권리 투쟁 지지”

미국, 캐나다, 인도, 일본 등 18개국에서 모인 254명의 시민이 참여한 이번 성명은 장애인 기본권의 정치적 해결을 외면하는 정부와 서울시에 책임을 묻고,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협약)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은 장애인이 적절한 지원을 받으며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탈시설 권리를 규정하는 협약 제19조에는 ‘모든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경찰력을 동원해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제지하는 공권력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기존의 법과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집회 참여자에 대한 악의적인 정보를 유포하고, 장애인 권리를 왜곡해 시민의 적대감을 부추기며, 경찰력을 동원하거나 소송을 통해 활동가들이 지하철을 탈 수 없도록 막았다”며 “정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장애인 이동권도 완벽하지 않다’는 구실로 대중교통시설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는 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장애인의 권리가 국가 재정에 대한 손실이라는 해악적 언설을 유포하고 있다”며 “장애인들의 민권, 정치권, 경제권, 사회권, 문화권 등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지체없이 책정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와 서울시를 향해 △비용을 이유로 장애인 활동가를 향한 혐오 조장을 중단할 것 △모든 사람의 이동권을 보장할 것 △협약 제19조와 일반논평 5호에 근거해 탈시설을 실행할 것 △장애인 이동권과 자립생활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배정할 것이라는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선전전 참여자들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줄지어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복건우
지난 16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선전전 참여자들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줄지어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복건우

- EU 장애계 “탈시설은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

한국과 유럽 장애계는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에 힘을 보탰다. 한국장애포럼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전장연, 유럽자립생활네트워크, 오스트리아자립생활연대 등이 21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에 협약 이행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최근 한국에서 유럽의 장애인거주시설이 협약에 부합한다거나 좋은 사례인 것처럼 왜곡하는 실태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시설이 장애인의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보호주의적 시각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탈시설에 대해서는 “일부 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 기준”이라며 “시설은 아무리 선진화되어도 장애인의 자율성과 선택권이 존중되지 않는 공간이다. 다른 이들에 의해 짜인 프로그램 속에 장애인을 가둬두는 것은 그 자체로 구금이자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이네스 불릭 유럽자립생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시혜적 시각에 기반해 운영되는 유럽의 시설들이 다른 국가에 ‘자립생활 모델'로 소개되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당사자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탈시설 자립생활이 국제 인권 원칙임에도 여전히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협약을 왜곡하는 주장이 거듭되어 안타깝다”며 “정부는 탈시설 원칙을 왜곡하거나 자의적인 해석에 끌려다니지 말고 국제 규범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계획과 예산을 빠르게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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