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개발워크숍’ 통해 국가별 주요 최종견해 이행 점검 지표 개발
‘2023 국제장애인권콘퍼런스’ 통해 성과와 활용 계획 논의

지난 10월 11~12일에 열린 ‘2023 국제장애인권콘퍼런스’에서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라오스,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 아래 협약) 국가별 최종견해 이행 점검 지표가 발표됐다. 이들 국가는 지난 9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세 차례 ‘지표개발워크숍’을 갖고 국가별 주요 최종견해 결과에 대한 이행지표를 함께 개발했다. 당초 워크숍 참여 대상을 ‘최근 2년 이내에 최종견해를 받은 아시아 국가’로 한정해 소규모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몽골처럼 아직 최종견해를 받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면서 워크숍 규모는 애초 계획보다 확대됐다. 다양한 국가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로 마무리된 워크숍과 콘퍼런스는 아시아 지역 협약 이행 강화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국제장애인권콘퍼런스가 10월 11~12일 양일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한국장애포럼 주최로 열렸다. 사진 한국장애포럼 
국제장애인권콘퍼런스가 10월 11~12일 양일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한국장애포럼 주최로 열렸다. 사진 한국장애포럼 

- 국내 ‘지표개발연대’, 아시아 최초 최종견해 지표 개발

‘아시아 지표개발워크숍’은 국내 지표개발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기획됐다. 작년 12월 한국장애포럼(KDF)은 17개 장애인권단체 및 법률가 단체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최종견해이행지표개발연대(아래 지표개발연대)’를 구성했다.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학과 교수가 연대단장을 맡아 지난 1년여간 대한민국 정부 2, 3차 최종견해에 대한 이행 점검 지표 개발 활동을 이어왔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 정부 2, 3차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따라 작년 9월 발표된 최종견해는 협약 조항별로 한국정부 이행 현황에 대한 우려사항과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 내에서 여전히 장애인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교육, 노동 등에서 분리 및 배제되고 있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4년에 공개된 협약 1차 한국정부 심의에 대한 최종견해 내용과 유사한 권고들이 2, 3차 최종견해에도 고스란히 담기면서, 지난 8년여간 한국사회 내 협약의 실질적인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이 한국정부의 차기 협약 보고서 제출 일정이 2031년으로 예정됨에 따라 차후 심의까지 최소 10여 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차원의 최종견해 이행지표개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표개발연대는 올해 4월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지표 초안을 공개했다. (▷관련 기사: 유엔 최종견해, 한국 정부에 적용할 이행지표 개발됐다) 이날 공개된 총 148개의 지표는 토론회 결과를 반영해 수정작업을 거쳐 최종본을 완성, 현재는 본격적인 지표 활용에 앞서 기초선 조사(baseline survey)’를 진행 중이다. 111개로 수정 축소된 지표 최종안과 기초선 조사 결과는 오는 12월 15일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되는 ‘지표 개발 성과 발표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지표개발연대를 공동주관한 한국장애포럼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지원을 받아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지표개발워크숍을 올해 9월부터 진행했다.

한국장애포럼 주최로 10월 9일, 아시아 국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최종견해 지표개발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장애포럼

- 아시아 장애계, 협약 이행 점검 필요성에 한 목소리

지표개발워크숍은 올해 9월부터 10월까지 약 2개월간 세 차례에 걸쳐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한국과 같이 심의를 받은 일본, 라오스를 포함해 8개 국가, 11개 단체에서 지표 개발 필요성에 공감하며 워크숍에 참여했다. 워크숍은 한국의 지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참여 단체 국가의 협약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이행지표를 개발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2022년에 최종견해를 받은 라오스의 경우, 현재 라오스 정부와 장애계가 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해 함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라오스의 메타 티파웡 COPE 대표는 콘퍼런스에서 장애여성(협약 제6조), 접근성(협약 제9조), 훈련 및 재활(협약 제26조) 총 3개 조항을 중심으로 하는 지표 초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라오스 장애계는 이번 지표 개발 초안을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 라오스 정부에 협약 권고사항의 실질적 이행을 촉진하고 이행 과정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한편 인도네시아의 경우 평등과 비차별(협약 제5조), 장애여성(협약 제6조), 교육(협약 제24조) 총 3개 조항을 중심으로 한 지표 초안을 개발했다. 콘퍼런스를 통해 발표된 인도네시아의 지표 초안은 구체적인 분쟁지역(웨스트 파푸아)의 장애인권리구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각 국가의 상황을 반영한 구체적인 권고안을 담고 있는 최종견해에 대한 이행지표개발의 특성과 구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번 지표개발워크숍과 콘퍼런스에 참여한 태국의 사왈락 통콰이 아세안장애포럼(ADF) 운영위원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서 작성한 관련 지표들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협약 자체에 대한 이행지표와 최종견해에 대한 이행지표의 접목 가능성을 언급하는 한편, 장애여성(협약 제6조)에 관한 최종견해 권고사항과 관련해 태국 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지표개발작업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기룡 교수는 “최종견해 이행지표개발이 각 국가의 협약과 최종견해 권고사항 이행실태를 객관적으로 평가 및 모니터링하고, 여러 관계자들의 체계적 이해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 지표 개발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지표 통해 지속적인 연대와 협약 이행 점검 결의

유엔장애인권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사왈락 통콰이 운영위원은 콘퍼런스를 통해 협약 이행 점검 과정에서의 시민사회단체의 역량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아시아 장애인단체들 역량 강화에 한국 장애계가 많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말라니 로틴술루 인도네시아 장애여성연합(HWDI) 회장 역시 “지표는 최종견해 이행을 시민사회에서 더욱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정부에서도 이행 방향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훌륭한 도구”라며 “훌륭한 선례를 만들고 아시아 국가들과 경험을 공유해준 한국 장애계의 리더십에 깊이 감사하며, 지표 개발 및 활용이 아시아 국가들에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워크숍과 콘퍼런스에 참여한 아시아 장애계는 아시아 지역 협약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동성명을 통해 아시아 장애계는 최종견해 이행 지표에 따른 모니터링 및 이행 체계를 구축하고, 장애인 당사자와 그 대표단체들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참여를 보장하도록 촉구하는 등 지표를 활용한 지속적인 연대와 협약 이행 점검 활동 의지를 밝혔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국가 차원에서 지표를 개발하고 중장기간 이를 활용하는 활동을 처음 떠올렸을 땐, 무모하고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워크숍과 콘퍼런스를 한 차례 한 차례 이어가면서 지표 개발과 연대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확신이 쌓이는 듯했다. 국가별 협약 이행 수준에 대한 차이가 조금씩은 있을 순 있지만, 협약 이행과 관련해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놀랍도록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물리적 거리를 넘어 공유된 공감과 동지애는 우리의 연대와 활동에 열기를 보탰다. 전 세계인의 희생과 투쟁의 역사 속에서 일궈낸 소중한 국제사회 약속이 우리의 삶 곳곳에 살아 숨 쉬게 하는 일, 그 역사적인 첫발을 아시아 국가 장애계와의 든든한 연대로 다시 한번 내딛으려 한다.

필자 소개

정혜란. 한국장애포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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