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공단 기습 점거, 송지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소장 인터뷰
연행된 25명 중 9명이 동료지원가 발달장애인 당사자
탈시설 발달장애인, 경찰에 끌려 나가며 “죄송합니다” 울부짖기도

18일 오전 7시경, 한국피플퍼스트 소속 활동가들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충무로에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기습 점검했다. 사진 피플퍼스트서울센터 
18일 오전 7시경, 한국피플퍼스트 소속 활동가들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충무로에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기습 점검했다. 사진 피플퍼스트서울센터 

18일 오전, 발달장애인 활동가 9명을 포함해 장애인운동 활동가 25명이 전원 연행됐다. 이들은 오전 7시경,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동료지원가 사업(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 23억 원이 전액 삭감된 것에 항의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중구 퇴계로 173 남산스퀘어빌딩 11층)를 점거했다. 이들은 한국피플퍼스트 소속 활동가들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촉구하며 내년도 사업 폐지 철회를 요구했다. 내년도에 이 사업이 사라지면, 동료지원가로 고용되어 있던 장애인 187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다수가 발달장애인이다.

이날 연행된 25명 중 9명이 동료지원가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이었다. 나머지 16명은 발달장애인 조력자(휠체어 이용 장애인 1명, 비장애인 15명)다. (▷관련 기사 : 내년도 동료지원가 예산 전액 삭감, 발달장애인 활동가 25명 폭력 연행

18일 오전 7시경, 한국피플퍼스트 소속 활동가들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충무로에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기습 점검했다. 활동가들이 경찰의 폭력 연행에 저항하며 서로 팔짱을 낀 채 바닥에 누워 있다. 그 뒤로 송지연 소장이 수갑 찬 손목을 문고리에 건 채 서 있다. 사진 피플퍼스트서울센터 
18일 오전 7시경, 한국피플퍼스트 소속 활동가들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충무로에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기습 점검했다. 활동가들이 경찰의 폭력 연행에 저항하며 서로 팔짱을 낀 채 바닥에 누워 있다. 그 뒤로 송지연 소장이 수갑 찬 손목을 문고리에 건 채 서 있다. 사진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아비규환의 현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통해 1시간 46분 동안 방영됐다(▷영상 보러가기). 활동가들은 고용공단 벽면에 커다란 현수막과 알록달록 문구가 쓰인 A4 용지를 붙였다. “이정식 장관 나와라” “고용노동부 장관 만납시다” “우리 일자리가 만만하냐” “나는 동료지원가로 계속 일하고 싶다”와 같은 문구가 종이에 쓰여 있었다.

고용공단 사무실이 있는 남산스퀘어빌딩 11층에서 발달장애인 활동가들이 동료지원가 예산 삭감 폐지를 촉구하며 개사한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무장한 경찰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연행을 감지한 활동가들이 가운데 로비에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서로 팔짱을 끼고 손을 맞잡은 그들은 개화하는 꽃처럼 바닥에 활짝 드러누웠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한 송지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소장은 그로부터 다섯 발짝 정도 떨어진 벽면에 서 있었다. 그는 유리문에 있는 기다란 문고리에 수갑 채운 손목을 걸고 있는 상태였다. 수갑은 강제 연행이 일어날 시에 연행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송 소장은 외따로 떨어져 바닥에 누워 절규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았다.

경찰이 활동가들을 한 명씩 뜯어냈다. “이정식 장관 나와라”고 외치는 소리, “밀지 말라”는 비명 소리, 무서움에 뒤섞인 울음소리가 뒤범벅됐다.

몇 명이 뜯겨 나간 직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경찰은 다시 강제연행을 집행했다. 경찰의 타깃은 가장 바깥에 있는 남성 발달장애인 활동가였다. 경찰이 그의 상체를 잡아끌었고, 활동가들이 연행을 막으려 그의 하체를 붙잡았다. 양쪽에서 잡아당기니 그의 노란 티셔츠가 찢길 듯 말듯 치즈처럼 늘어났다. 격양된 상황에 당사자는 엉엉 울면서 자신의 팔다리를 폭력적으로 잡아끌고 가는 경찰들을 향해 말했다. “잘못했어요.” 그는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장애인거주시설에 보내져 스물다섯 해를 그곳에서 살다 나온 탈시설 발달장애인 당사자였다.

송지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소장이 주저앉아 울면서 연행되는 동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수갑이 채워진 그의 오른손목은 문고리에 걸려 있다. 사진 전장연 페이스북 영상 캡처 
송지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소장이 주저앉아 울면서 연행되는 동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수갑이 채워진 그의 오른손목은 문고리에 걸려 있다. 사진 전장연 페이스북 영상 캡처 

남아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달랬고, 그 포옹은 다시 서로를 묶는 행위가 되었다. 여성 활동가들만 남겨지자 여경들이 투입됐다. 한 명의 활동가에 여경 네다섯 명이 달라붙었다. 저항하는 활동가를 여경이 바닥에 눕혀 제압했다. 맥없이 활동가가 끌려 나갔다. 한 명 한 명이 뜯겨 나갈 때마다 동그란 원은 작아졌고, 경찰들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들이닥쳤다. 방송 1시간 31분 만에 로비엔 경찰만이 남게 되었다.

이날 세 명의 발달장애인이 연행에 저항하기 위해 수갑 채운 자신의 손목을 문고리에 걸었다. 라이브방송이 시작된 지 1시간 3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홀로 남겨진 송지연 소장에게 다가갔다. 곧 119가 와서 절단기로 수갑을 끊어냈다. 송 소장은 그때까지 내내 엉엉 울고 있었다. 장 의원이 그의 손을 붙잡고 나왔다. 그렇게 그는 연행을 피할 수 있었다.

두 눈이 퉁퉁 부은 채 그는 오전 11시 고용공단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해 그날 오전에 일어난 상황에 대해 알렸다. 비마이너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그와 별도로 만나 인터뷰했다.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나서 점거 투쟁을 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후 6시경, 휠체어 이용자 한 명을 제외한 24명의 활동가들이 석방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와서 현장을 살피고 있다. 사진 전장연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와서 현장을 살피고 있다. 사진 전장연 

- [인터뷰] 수갑 차고 마지막까지 버틴 송지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소장

- 오늘 기습점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년도 동료지원가 사업 예산이 빵원(0원)이 됐어요. 예산이 모두 삭감돼서 동료지원가 사업이 없어진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님이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동료지원가 사업이 없어진다고 이야기 처음 들었을 때 어땠어요?

슬펐어요. 전국적으로 187명이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어요. 피플퍼스트성북센터에선 동료지원가로 세 명이 일하고 있어요. 예산 삭감에 대해 동료지원가들과 같이 이야기했는데 다 화를 냈어요. 그래서 오늘 다 같이 나왔어요. 지금 연행되어서 다 경찰서에 있어요. 아, 남○○ 활동가는 시끄러운 걸 힘들어해서 미리 나와 있어서 연행되지 않았어요. 피플퍼스트성북센터 동료지원가 두 명이 지금 경찰서에 있어요.

- 오늘 오전 현장 상황은 어땠나요.

우리는 쳐들어 가지는 않았어요. 저희는 만나길 원했고, 이야기하길 원했어요. 우리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시끄럽다고 방송했어요. 마치 지하철 투쟁할 때처럼 빨리 (건물 밖으로) 나가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경찰이 한 명씩 데리고 나갔어요. 그래서 다 같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서 안 나가려고 서로 팔짱을 끼웠는데 경찰이 한 명씩 들고 나갔어요. 놀랐어요. 놀라서 많이 울었어요. 동료들 모습 보고 많이 울었어요.

저는 손목에 수갑 차고 수갑을 문고리에 걸었어요. 끝까지 안 나가려고 하다가 제가 가장 마지막에 나오게 되어서……(침묵). 장혜영 의원(정의당)이 와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했어요. 119가 와서 절단기로 제 수갑을 끊었어요. 세 명이 저처럼 수갑을 차고 있었는데요, 다른 두 사람은 어떻게 수갑 뺏는지 제가 못 봤어요. 아마 강제로 빼지 않았을까요. 그 두 사람은 연행됐어요. 장혜영 의원, 장동수 고용공단 서울지사 본부장과 이야기했어요. 본부장이 고용노동부에 이야기하겠다고 하면서 계속 기다리라고만 했어요. 저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시간이 없는데. 기다리라고만 하니깐 좀 많이 답답했어요.

- 무섭지 않았어요?

무서웠어요. 이러 모습 사진으로만 보다가 현장에서 눈으로 보니깐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한 송지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소장이 “고용노동부는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 폐지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 송지연 

- 연행까지 결심하고 점거한 건가요?

연행될지 몰랐어요. 다만 최대한 늦게까지 있자고 이야기했어요.

- 동료지원가 사업은 발달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동료지원가는 매년 1년씩 계약하는데 계속 연장할 수도 있어요(동료지원가 사업은 1년마다 재계약한다). 그런데 다른 일자리는 2년마다 그만둬야 하잖아요(대다수 발달장애인이 계약직으로 고용되어 2년마다 계약종료되는 상황을 의미). 동료지원가 사업으로 우리 발달장애인 목소리도 높이고, 다른 동료들도 만나서 취업이든 이런저런 거 할 수 있으니깐 제가 볼 때 이 일자리가 다른 일자리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 발달장애인들이 건물을 점거했던 투쟁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아요. 오늘 투쟁의 의미를 이야기한다면요.

네, 피플퍼스트에선 처음이에요. 우리의 목소리를 냈다는 데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제 앞에서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있었는데 다 연행되고 저 혼자 남으니깐 너무 무섭더라고요. 다 끌려 나가는 모습 보니깐 많이 힘들고, 주위에 아무 없으니깐 무섭고……. 그런데 그만큼 지키고 싶었어요.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 안 되게, 내년에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계속 투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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