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플퍼스트,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대회 열어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에 “발달장애인 시간은 공짜가 아니다”
발달장애인 이동권 지적하며 “혼자 길 찾을 수 있게 표지판 쉽게 만들어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들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개사한 노래 ‘시설 없는 세계’를 불렀다. “시설 이제 안녕~”하면서 손을 번쩍 들어 흔들자, 무대 앞 춤추던 사람들이 다 같이 환호한다.
22번째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대통령실 앞에서 울려 퍼졌다. 한국피플퍼스트는 20일 오후 1시, 삼각지역 11번 출구 앞 야외무대에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대회를 열었다.
한국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직접 표현하고 요구하기 위해 2016년 10월에 출범한 전국단체다. ‘우리는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옹호운동인 피플퍼스트 운동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올해 열리는 한국피플퍼스트대회를 소개하고 발달장애인 노동권, 이동권, 이해하기 쉬운 자료 제공에 대한 권리 등을 이야기했다.
올해 10월에는 서울에서 한국피플퍼스트대회가 열린다. 김기백 한국피플퍼스트대회 위원장은 “서울에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있는 국회가 있다. 그러나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국회의원은 없다. 어떤 국회의원은 ‘발달장애인은 아무것도 못 하는 존재’라고도 이야기한다. 한국피플퍼스트대회에 와서 우리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외치자”고 말했다.
전해은 한국피플퍼스트대회 부위원장은 “한국피플퍼스트대회는 발달장애인이 직접 말하는 자리다. 나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전국의 발달장애인 동료를 만나 활동하는 시간”이라면서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한국피플퍼스트대회에서 올해 꼭 만나자”고 당부했다.
발달장애인 노동 현실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많은 발달장애인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장애인은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최저임금법 7조에 의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동료상담가로 활동하는 김대범 활동가는 “우리도 같은 시간 일하는데 왜 더 적게 주나. 발달장애인의 시간은 왜 공짜로 쓰려고 하나”고 분노했다.
김 활동가는 현재 센터에서 하루 8시간 일한다. 김 활동가는 “제일 어려운 것은 PPT 만들기와 발언문 작성이다. 하지만 월급 받으려면 그만큼 피나는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건 모든 노동자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발달장애인이 일하려면 근로지원인이 필요한데, 근로지원인 예산을 많이 증액해달라. 장애인 지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 “발달장애인도 69시간 일하는 것은 싫다. 모든 노동자가 힘들지 않게 일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라고 외쳤다.
장애인 이동권은 휠체어 탄 장애인만의 어려움이 아니다. 발달장애인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다양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마주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며 쫓겨나거나 시비가 붙기도 한다.
남태준 피플퍼스트성북센터 활동가는 “발달장애인이 쉽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 활동가는 “발달장애인도 이동권이 잘 보장되어 있지 있다”면서 “발달장애인 스스로 길을 찾기 쉬워야 한다.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표지판, 앱이 필요하다. 코레일, 고속버스 등 교통편 예매하는 것도 편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건비 축소를 위해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안내원이 사라진 현실을 꼬집으며 “과거에는 지하철에 안내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 발달장애인의 경우, 오랜 시간 길을 헤매기도 한다. 지하철을 포함해 공공시설에서 안내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정보 접근성이다. 어디서도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쉽게 쓰인 자료들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은 식당이나 카페에 갔을 때 그림이 들어간 메뉴판이 없으면 어떤 것을 주문해야 할지 어려워한다”면서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 주민센터에 가거나 병원에 갈 때도 신청서나 문진표를 작성하기 쉽지 않다. 부모나 조력인이 없으면 은행 업무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발달장애인법 10조에는 국가와 지자체는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는 “한국사회는 비장애인을 위한 사회다. 우리도 국민이기에 평등하게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외쳤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공공영역까지 쉬운 자료로 정보를 제공하고, 특히 선거에서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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