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2025년 첫 출근길 지하철 다이인 행동 진행
여전한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폭력 대응
400여 명의 시민들이 그에 함께 맞서
차별에 저항하는 다양한 목소리들 쏟아져 나와
“더 나은 세상 위해 함께 투쟁할 것”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우리가 왜 싸우는지’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슬퍼서 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거리에 나와서 싸우기 시작했던 것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탈시설 7년 차 발달장애인인 동생의 삶이 얼마나 슬픈 것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학교에 가고 직장에 다니는 일상이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동생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그 삶의 거리가 너무 슬퍼서 싸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도 나를 너무나 슬프게 하는 얼굴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죽음들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죽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죽음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죽은 김 군의 죽음을, 태안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죽은 청년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을, 강남역에서 또 신당역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희생돼야 했던 여성들의 죽음을, 당당한 군인이었던 트랜스 여성 변희수의 죽음을, 당당한 트랜스 여성 인권활동가였던 이연수의 죽음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속에 가장 크게 가지고 있는 슬픔이 서로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 서로의 슬픔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의 슬픔에 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슬픔의 연대가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 모여 있습니다.” (장혜영 전 국회의원,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서 진행된 ‘출근길 지하철 다이인 행동’에 참여한 시민이 “연대하면 못 할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 힘을 보태주십시오”라고 적은 수첩을 높이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서 진행된 ‘출근길 지하철 다이인 행동’에 참여한 시민이 “연대하면 못 할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 힘을 보태주십시오”라고 적은 수첩을 높이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각자 떠오르는 ‘슬픈 얼굴들’을 마음속에 품고 이른 아침부터 한곳에 모인 시민들. 2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서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새해 첫 ‘출근길 지하철 다이인(die-in) 행동’에서 차별에 저항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이인 행동 후, 전장연을 비롯한 시민들은 현재 학교 본부의 일방적인 공학 전환 추진으로 인해 학내 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로 행진했다.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다이인 행동’이 진행되고 있다. 시민들이 지하철 승강장 위에 누워있다. 사진 김소영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다이인 행동’이 진행되고 있다. 시민들이 지하철 승강장 위에 누워있다. 사진 김소영
‘출근길 지하철 다이인 행동’을 마친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출근길 지하철 다이인 행동’을 마친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여전한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폭력 대응… 그에 함께 맞선 400여 명의 시민들

오전 8시가 가까워지자 안국역에 시민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어느새 400여 명이 승강장을 가득 메웠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한 이날 다이인 행동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휠체어 발판을 방패 삼아 든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과 경찰들이 그를 막아섰다. 그들과 대치 중이던 박 대표가 몸의 중심을 잃고 휠체어 아래로 넘어졌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손 떼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새해에도 장애인을 억압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모습은 변함없었지만,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로 박 대표는 다이인 행동에 합류할 수 있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휠체어 발판을 방패 삼아 든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과 경찰들이 그를 막아섰다. 그들과 대치하다 휠체어 아래로 넘어진 박경석 대표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휠체어 발판을 방패 삼아 든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과 경찰들이 그를 막아섰다. 그들과 대치하다 휠체어 아래로 넘어진 박경석 대표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승강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승강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차별에 저항하는 다양한 목소리들… 박경석 대표 “함께 싸울 것”

참여한 시민들의 수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현장에서 쏟아졌다. 지난해 12월 21일에서 22일, 트랙터 행진 중 경찰에 가로막힌 농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서울 남태령으로 달려갔다. 시민들의 연대는 결국 경찰의 차벽을 열게 만들었다.

이 ‘남태령 대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극적으로 알린 여성 청년 농민 향연 씨는 “이렇게 전국 곳곳에 남태령이 있다. 우리는 서로의 일부다. 누군가 공격당하고 있다고 하면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바로 달려 나온다. 이게 진정한 시민 연대”라며 “이 시민 연대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대전, 세종,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도 발언에 나섰다. 그중 부산에서 온 문가빈 씨는 “나를 여기까지 움직이게 한 것은 ‘분노’ 그것뿐이었다. 장애인들이 정당한 권리를 외쳤음에도 차가운 지하철 바닥 어딘가에서 짓밟히고 쫓겨나고 끌려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가서 함께 넘어지고 또 끌려가면 뭐라도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이 정권을 넘어 함께 더 많은 권리들을 당연하게 만들자”고 외쳤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전장연도 함께 투쟁하겠다.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에 싸우겠다. 성소수자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사회에 맞서 싸우겠다. 또 어떤 것에 싸우면 되는지 알려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청소년, 이주노동자, 팔레스타인 등 다양한 주체의 이름들이 외쳐졌다. 박 대표는 “알려주시는 것들 배우겠다. 가르쳐 달라. 여기 함께 계신 동지들과 함께 당당하게 싸우겠다”고 화답했다.

한 시민이 “장애인에 폭력 말고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한 시민이 “장애인에 폭력 말고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 “더 나은 세상이 올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다”

승강장 위에 누우며 다이인 행동을 마친 시민들이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로 행진하기 위해 지상에 모였다.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동덕여대 졸업생, A학교 성폭력 사안을 공익 제보한 지혜복 교사의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 다양한 연대단체와 개인들이 함께했다.

이하영 씨는 “‘우리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으니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런 교육을 받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가. 누군가는 깨달음을 얻었을지도,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말 자체가 비문이라 생각한다. 장애인은 이미 우리에 속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 사회,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는 비용과 효율성의 논리를 앞세워 장애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오세훈 시장에게 묻는다. 아이들 밥 주기 싫어서 울더니 장애인 지하철 태우기 싫어서 휠체어 발판으로 얼굴 찍어 누른 서울시장으로 역사에 남고 싶은가. 지금 당장 전장연과 장애인에 대한 모욕과 폭력을 사과하고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이 발언자의 이야기에 높이 손을 들며 호응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시민들이 발언자의 이야기에 높이 손을 들며 호응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장애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하기 위해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로 행진을 마쳤다. 시민들이 “민주동덕”이라고 빨간색 글씨로 쓰인 흰 천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장애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하기 위해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로 행진을 마쳤다. 시민들이 “민주동덕”이라고 빨간색 글씨로 쓰인 흰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 도착한 이후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논바이너리 젠더퀴어(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혹은 성별이분법을 거부하는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강박증, ADHD와 함께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시민은 “대학 입시를 쉬었기에 대학생이 아니다. 여성으로 분류되기를 거부했기에 여대를 가고자 하는 의사도 없다. 그러나 동덕여대 투쟁에 갔다. 그 이유는 학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옳았기 때문이고 또한 그 현장에 우리 같은 성소수자도 있었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우리의 존재를 가시화하기 위해 나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아픔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권리는 함께 갈 수 있다.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더 나은 세상이 올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송예은 씨는 동덕여대 재학생의 발언문을 대독했다. 그는 “진짜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 그리고 시민 간 연대를 해치는 공권력, 정당한 요구를 하는 동덕여대 학생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동덕여대 대학 본부 측과 언론임을 알고 있다. 오늘 우리의 연대의 경험이 일상에서 끝나지 않고 폭력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는 장애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함께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건물에 “권리는 억압될 수 없다! 학내 탄압을 중단하라!”, “어떤 시위도 불법이 될 수 없다. 우리는 함께 연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권리 스티커’를 부착하며 마무리됐다.

한 시민이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건물에 ‘권리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한 시민이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건물에 ‘권리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동덕코튼홀”이라고 적힌 조형물에 
“동덕코튼홀”이라고 적힌 조형물에 ‘권리 스티커’들이 붙어있다. 사진 김소영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