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연대, 2025년 투쟁 선포식 열어
윤종술 대표 “부모연대 기조, ‘시설 완전 폐쇄’로”
서미화 의원 “탈시설지원법 발의할 것”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권·노동권 보장하라”

 26일 오후 1시, 전국의 장애인 부모들 1000여 명이 서울시청 동편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2025년 투쟁 선포식’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피켓을 높이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26일 오후 1시, 전국의 장애인 부모들 1000여 명이 서울시청 동편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2025년 투쟁 선포식’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피켓을 높이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전국의 장애인 부모들 1000여 명이 장애여성이자 반빈곤운동가 최옥란 열사의 기일을 맞아 서울에 모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26일 오후 1시, 서울시청 동편에서 ‘2025년 투쟁 선포식’을 열고 앞으로의 투쟁 기조를 ‘시설의 완전 폐쇄’로 설정할 것임을 선포했다.

발달장애인 중창단 광진 미라클보이스앙상블이 공연하고 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주먹을 쥔 손을 높이 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발달장애인 중창단 광진 미라클보이스앙상블이 공연하고 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주먹을 쥔 손을 높이 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김소영

- 태연재활원 피해자 어머니 “끝까지 싸울 것”… 부모연대 “시설 완전 폐쇄해야”

지난달, 울산 태연재활원(현원 185명, 직원 83명)에서 발생한 장애인 집단 학대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해자만 20여 명, 피해자는 29명이다.

경찰이 한 달간 CCTV(폐쇄회로텔레비전)를 통해 파악한 폭행은 무려 890건이다. 거실에만 CCTV가 설치됐고 CCTV 저장 기간이 한 달인 걸 고려하면 가해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태연재활원 학대 피해자의 어머니 ㄱ 씨가 발언하고 있는 뒷모습. 사진 김소영
태연재활원 학대 피해자의 어머니 ㄱ 씨가 발언하고 있는 뒷모습. 사진 김소영

이날 투쟁 선포식에는 태연재활원 학대 피해자의 어머니 ㄱ 씨가 발언에 나섰다.

“저는 울산 태연재활원에 거주하는 장애인 박창훈(가명)의 엄마입니다. 시설을 믿고 보냈는데, 한 달 치 CCTV를 확인한 결과 800건이 넘도록 폭행을 당했습니다. CCTV가 없는 곳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폭행을 당했겠습니까. 생사를 오가는 피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재활원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CCTV를 확인했을 때, 정말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일어날 수도 없었습니다. 내 아이가 이유 없이 맞는 것을 보고 어떻게 쳐다만 보고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우리 창훈이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하려고 합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몸이 부서지도록 저는 싸울 것입니다. 이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편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자립지원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합니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태연재활원 학대 사건과 같은 ‘인권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부모연대의 기조를 ‘시설의 완전 폐쇄’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윤 회장은 “더 이상 발달장애인들, 중증장애인들이 죽어가지 않도록 이렇게 나와서 우리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모든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시설을 완전히 폐지하는 법률을 만들어내기 위해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자립지원법)이 태연재활원 학대 사건과 같은 ‘인권 참사’를 막아내고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이를 넘어 조속한 시일 내에 ‘탈시설지원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서 의원은 “입법을 통해 명백히 ‘시설 폐쇄’를 하고자 한다. 이제 국가가 나서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모든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어떠한 중증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자”고 외쳤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거주시설부모회에 “이리로 와서 함께 싸우자”

서 의원이 말한 바와 같이 지난달 말 자립지원법이 제정됐다. 이 법에는 시설거주장애인과 재가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고 주거전환 및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장애인거주시설 생활은 ‘자립’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부모연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주거생활서비스가 함께 확대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주거생활서비스는 재가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추가 활동지원서비스, 보조기기, 건강검진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김남연 부모연대 수석부회장은 “주거생활서비스를 신청하면 자립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도와준다. 만약 ‘자립할 자신이 없다. 그런데도 한번 해보고 싶다’ 하면 아무것도 몰라도 옆에서 자립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자립에 실패해도 쉬었다 다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주거생활서비스”라며 “자립지원법 시행과 함께 주거생활서비스 본예산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부모연대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측이 투쟁선포식 인근에서 자립지원법 폐기를 촉구하는 QR코드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해경 부모연대 영남권 부회장은 “‘불안해서’, ‘우리 아이가 갈 데가 없을까 봐’ 그러는 것이면 우리가 만든 자립지원법이 빨리 지역에 자리를 잡아 내 자녀의 삶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께 이곳에 와서 싸워야 한다. 이리로 오라. 와서 함께 싸워 우리 아이들이 지역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같이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했다.

무대에 오른 부모연대 시도지부장들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장애인부모연대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김소영
무대에 오른 부모연대 시도지부장들이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장애인부모연대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김소영

-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권·노동권 보장하라”

장애인 부모들은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과 발달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연 전국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회장은 학교 현장에서 장애 아동의 부모로서 마주해야 했던 현실을 전했다.

“장애 아동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괴롭힘이나 학대를 당해도 알지 못하거나 표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 아이가 피해 사실을 이야기해도 그 진술이 일관되지 않기 때문에 그 사실을 인정받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사건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학교나 기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은 말합니다.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인권 침해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이를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3조의2) 그러나 현실에서 부모가 학교에 아이의 괴롭힘, 학대 정황의 사실 조사를 요청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매우 충격적입니다.

‘이래서 통합반 맡기 싫어요’, ‘여긴 장애 학생만 다니는 학교가 아닙니다’, ‘어머니가 이러시면 학생이 피해를 봅니다’, ‘장애 부모는 너무 이기적이에요’

우리는 정당한 것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사회는 우리를 그저 불편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부모가 조사 요청을 하면 학교는 마땅히 응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과 매뉴얼을 들고 가서 이런 권리가 우리에게 정당하게 있다고 말하는데도 왜 우리가 부담스럽다고 이야기를 합니까.

우리는 분노합니다. 정부는 즉시 응답하라. 모두를 위한 온전한 통합 교육 실현 위해 차별 없는 교육 환경 즉시 보장하라!”

김연 전국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회장이 감정에 북받친 듯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김연 전국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회장이 감정에 북받친 듯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부모연대는 장애인 당사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선택하고 선택한 일을 일정 시간 수행하여 급여를 받는 ‘자기주도형 일자리’를 제안하고 있다.

민용순 부모연대 충청권 부회장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노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자기주도형 일자리 예산이 확대되어 장애인이 원하는 삶을 지역사회에서 당당히 사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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