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책임만 인정했던 형제복지원 사건
처음으로 ‘지자체’의 책임까지 함께 인정
적게 산정된 위자료 액수 한계로 남기도
민변 “국가·지자체, 적극적 지원 정책 마련하라”

2018년 8월,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해생존자들이 농성하는 모습. 농성장에는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하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 사진 비마이너DB
2018년 8월,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해생존자들이 농성하는 모습. 농성장에는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하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 사진 비마이너DB

대한민국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인 부산광역시에도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는 첫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신숙희, 주심 노태악)는 지난 3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1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과 부산시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기존에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판결은 있었으나 ‘지자체’의 책임까지 함께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제복지원피해자지원변호단을 구성해 활동해 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은 “형제복지원과 같이 지자체의 장이 조례 등에 근거해 설치 또는 운영을 지원한 시설에서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한 경우, 적절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지자체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은 부산시의 위탁을 받아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된 대표적인 ‘부랑아’ 수용시설이다. 이 기간 동안 3만 8000여 명이 강제입소 됐으며 657명이나 사망했다.

불법적인 수용과 더불어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까지 자행된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폭력이 동원된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과 2023년, 2024년 세 차례에 걸쳐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며 국가의 구조적 폭력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2심 재판부는 지난 4월 2일 “(형제복지원 관련) 훈령이 발령·집행될 당시 피고 부산시가 구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자체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당시 부산시는 여전히 지자체로서 존속했고, 법인격 자체를 상실하고 국가의 하부기관이 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여,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부산시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한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대법원판결에서 국가와 부산광역시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음에도 한계는 남아있다. 피해자들의 위자료 수준을 수용 기간 1년당 약 8천만 원으로 산정했다는 것이다.

민변은 “중대한 인권침해 국가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라며 “형제복지원에서의 생활이 매우 열악했고, 극단적인 폭력이 만성적으로 반복됐던 만큼 피해자들의 위자료 산정기준은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변은 “이번 판결을 시작으로 국가와 지자체는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과거의 피해로부터 회복하여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위자료가 현재의 기초생활수급 자격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되며,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부산시는 무익한 상고를 멈추고, 피해자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새롭게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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