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화·김선민 의원 등 국회의원 39명 공동발의
2041년까지 시설 폐쇄, 모든 장애인 지역사회에서 살 근거 제시
탈시설 당사자들 “자립 위해 탈시설지원법 반드시 필요”
장애계 “환영… 법 제정 통해 감금의 시대 종식시켜야”

1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탈시설지원법안 발의 기자회견 현장. 사진 김소영
1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탈시설지원법안 발의 기자회견 현장. 사진 김소영

1일, 장애계의 오랜 염원인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탈시설지원법안)이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비롯한 39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날 발의를 알리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장애계 또한 환영의 뜻을 내비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2041년까지 모든 장애인은 시설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근거 제시

전체 6장 총 54개 조항으로 구성된 탈시설지원법안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다른 시민과 동등한 권리로서 탈시설하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며, 시설의 인권침해 피해생존자의 자립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시설수용의 종식과 지역사회의 완전한 참여 및 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 외에도 △장애인생활시설 범위를 장애인거주시설 뿐 아니라 장애인·정신질환자가 거주하는 모든 시설로의 확대 △시설의 단계적 감축 △법적 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을 이유로 자립생활 권리를 부정할 수 없다는 원칙 등을 포함한다.

또한 △시설 입소를 장애인 복지의 한 형태로 보거나 개인 선택으로 간주하지 않고, 시설의 신규 설치와 신규 입소·전원을 금지 △시설거주장애인의 가족에 부양의무 요구 금지 및 지원 대책 마련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탈시설위원회와 지자체 소속의 지역탈시설위원회 설치 △시설근로자의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 수립 등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강화했다.

법안은 2041년까지 모든 시설을 폐쇄하고, 시설 거주인이 탈시설하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한국이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자립생활권리를 구체적으로 해석한 ‘일반논평 5호’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결과다. 2041년은 문재인 정부 시절 수립된 탈시설 로드맵에서 약 3만 명의 시설 거주 장애인이 모두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설정한 목표 연도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권고와 과거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는 탈시설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2026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전체 장애예산 약 5조 9천억 원 중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 예산이 7천 409억 원(약 12%)으로 책정됐다. 장애인거주시설 예산은 장애 관련 예산 중 장애인연금과 활동지원을 제외하고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관련 기사: [보건복지부] 장애예산 4900억원 증액 들여다보니, 대부분…)

반면 탈시설과 관련된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 예산은 약 78억 원으로 전체 장애예산 중 0.13%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이재명 정부가 탈시설 로드맵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불분명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장애인들이 법 제정을 더욱 절실하고 시급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 탈시설 당사자 “자립 위해 탈시설지원법 반드시 필요”

오후 1시 40분 열린 소통관 기자회견에는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 발달장애인 부모와 탈시설운동 활동가들이 자리했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탈시설 당사자인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는 “시설에서 태어나 23년을 살았다. 24살에 시설을 나와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힘들고 외로웠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탈시설하는 장애인은 나처럼 힘들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탈시설지원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탈시설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출발일 뿐”이라며 “탈시설지원법은 시설에서 살던 사람들에게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시설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같은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알려주는 법이다. 더 이상 국가는 법이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외면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두 명의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김미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장은 “탈시설지원법은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 개개인의 삶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제도”라며 “내가 발달장애 자녀의 엄마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아이가 나와 같은 권리를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탈시설지원법이 제정돼야 한다. 내 아이의 권리는 내 것이 아니라 아이의 것이다. 국가가 내 아이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안을 대표발의안 서미화 의원은 “탈시설지원법안 발의를 통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분명히 선언하고 탈시설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자 한다”며 “이 법안을 시작으로 부모와 가족들의 무한 돌봄을 멈추고,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책임있게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 장애인들 “발의뿐만 아니라 제정으로 나아가야”

같은 시각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도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여했다.

김민정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가는 당사자”라며 “꼭 이름만 시설이 아니더라도 자유가 아닌 억압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시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탈시설지원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발의에 그치지 않고 제정될 때까지 함께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한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손에는 “이제는 탈시설! 이재명 정부는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라!”라고 적힌 종이 피켓이 들려 있다. 사진 김소영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한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손에는 “이제는 탈시설! 이재명 정부는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라!”라고 적힌 종이 피켓이 들려 있다. 사진 김소영

조현정동장애 당사자인 이한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활동가는 “현재 약 7천 명의 정신장애인이 정신요양시설에서 평균 30년 이상 수용돼 있다. 시설은 특정 장애뿐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활동가는 “정신장애인은 흔히 ‘약을 먹지 않으면 위험하다’, ‘스스로 증상을 관리하지 못하면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장애가 있더라도 그것이 삶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사회의 책무다. 모든 장애유형을 포함해, 시설에 수용될 위험에 놓인 사람들까지 탈시설 논의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기자회견 참여자들. 주먹 쥔 손을 높이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국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기자회견 참여자들. 주먹 쥔 손을 높이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발의 의원 명단

서미화, 김선민, 이기헌, 서영석, 김남희, 한창민, 소병훈, 이수진, 윤종오, 허성무, 전종덕, 남인순, 박은정, 이해민, 정혜경, 용혜인, 김준형, 신장식, 강경숙, 손솔, 민병덕, 최혁진, 정춘생, 송기헌, 서왕진, 차지호, 김영배, 복기왕, 김주영, 양문석, 강준현, 백선희, 김윤, 김동아, 박홍배, 허종식, 김종민, 이원택, 차규근 의원(3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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