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반복된 산재, 미필적 고의 살인” 발언
전장연 “시설에서 반복되는 죽음도 미필적 고의 범죄”
“탈시설지원법·장애인권리예산 지금 당장 보장하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 그 일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나(게 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거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닙니까? ‘죽어도 할 수 없다’, ‘죽어도 어쩔 수 없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로 참담합니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 발생 기업을 질타하며 한 발언이다. ‘미필적 고의’란 어떤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즉,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란 ‘죽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반복되는 거주시설 인권참사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임을 강조하며 정부와 국회에 ‘탈시설지원법’ 제정 및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강하게 촉구했다.
- 전국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참사
울산시 북구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 ‘태연재활원’ 장애인 학대 사태가 지난 2월 언론에 알려졌다. 종사자 95명 중 21명이 입소자 179명 가운데 무려 29명을 학대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31일, 골절로 진료를 받은 입소자의 가족이 시설에 항의하면서 드러났다.
가해자들은 장애인을 질질 끌고 방에 들여다 놓거나 갈비뼈가 부러질 때까지 때리고 따귀를 수차례 왕복으로 내려쳤다. 현재 가해자 21명 중 4명은 구속됐으며, 지난달 24일 법원은 이들에게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참사는 태연재활원 사태만의 일이 아니다. 2024년 경기 남양주 송천한마음의집, 2021년 경기 여주 라파엘의집, 2021년 경북 경산 성락원, 2021년 대구 청암재단, 2020년 서울 신아원, 2020년 경기 가평 루디아의집, 2019년 전북 장수 벧엘장애인의집, 2016년 대구 희망원, 2016년 남원 평화의집, 2015년 인천 해바라기 사태 등 언론에 보도된 대표적인 사건만 해도 이러하다. 전국 곳곳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인권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지자체별 장애인 학대 발생 시설 조사 결과 통보 및 행정처분 현황(2019~2024년 8월)’에 따르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에서 학대가 발생했다고 판명된 시설만 238곳에 이른다.
- “탈시설지원법·장애인권리예산 지금 당장 보장하라”
전장연은 장애인거주시설 참사를 멈추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탈시설지원법’ 제정과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탈시설지원법은 시설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개인별 지원계획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며, 인권침해 시설을 폐쇄할 법적 근거이자,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며 “탈시설지원법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는 시설 내 인권참사라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를 막기 위한 유일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장애인의 생존권을 비용 문제로 치환한 기획재정부의 태도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정책적 범죄’”라며 “국민주권 정부라면 내란정부와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2만 7천 여명의 시민이 장애를 이유로 시설에 감금되어 있는 것이 당연한 민주주의는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의 논리가 아닌 권리의 언어로 예산을 편성하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