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연대 100여명 회원들 17일 인권위 점거 농성
18일부터 40여명 집단 단식농성 돌입 예정

“전국 가구평균소득 100% 안에 들지 못하면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없어, 복지관을 전전하거나, 그나마 부모가 없으면 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현재 발달장애아동의 현실입니다. 여러분! 더우면 지금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하지만 지금 돌아간다면 우리 아이들은 지금처럼 막막한 현실 속에 여전히 갇혀 살아야 합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100여 명이 17일 인권위를 점거하고 정부의 장애아동재활치료서비스 예산 삭감을 규탄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서울 뿐 아니라 인천,천안,대전,구미 등 전국 각 지역에서도 올라와 농성에 동참했다.

장애아동 재활치료 예산삭감 소식에 장애인부모들이 뿔났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회원 등 100여 명은 17일 늦은 5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이 농성에 들어간 이유는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장애인복지예산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기초수급권자의 수급비 등의 자연증가분을 빼면, 실질적으로 예산은 삭감됐다.

 

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는 “그동안 줄기차게 발달장애아동의 재활치료 소득수준제한철폐를 주장해 겨우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00%로 완화했으나 이것으로는 전체장애아동의 40%, 3만 7천 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도"라며 "양육지원서비스의 경우 대상자가 700여 가정이라 전체장애아동의 2%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윤 대표는 “지금 (발언 중에) 발음이 새는 것은 잦은 단식농성으로 당뇨병이 심해져 이가 안 좋아졌기 때문”이라면서 “그렇지만 보건복지부와 정부가 장애아동복지지원법과 (가칭)발달장애인지원법을 만들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천안에서 올라왔다는 한 장애인부모는 “(예산을) 늘려주지는 못할망정 줄이면 대체 장애아들과 부모는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이냐”라며 분개했다.

 

인천에서 온 다른 장애인부모 또한 “장애등급재심사로 장애등급을 하락시켜 활동보조서비스가 끊기는 사례가 주위에서 속출하고 있다”라며 “그나마 조금 나아진 발달장애인 복지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걸 보니 희망이 꺾인다”라고 밝혔다.

 

경북에서 온 장애인부모는 “우리 아이가 23살인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사회에서 배제된 채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모든 책임을 장애인가족에게만 돌리지 말고 발달장애인지원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경북에서 올라왔다는 또 다른 부모는 “학교에서 통합교육 못 시키겠다고 선생님이 대놓고 무시하고 아이들이 놀리는데, 학교수업 외에는 소득제한에 걸려 재활치료서비스를 받기 힘들어 차별을 감내하고 산다”라며 목이 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올해 초 부모연대와 논의된 내년도 장애인복지예산을 동결 또는 삭감한 복지부는 "우리는 예산을 다 짜서 넘겼으니 책임은 기획재정부"라며 발뺌하고 있다.

대전 부모연대 김남숙 회장은 “시설에 있는 장애아동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장애가 심해서 시설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만 짐이 지워지다 보니 가정파탄으로 시설에 들어온 아동들이 많아 충격이었다”라면서 “우리는 당장 내년 장애인복지가 아닌, 지금 안 싸우면 10년까지 후퇴할 장애아동복지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올해 초 보건복지부에 ▲재활바우처 소득수준제한 철폐 ▲활동보조서비스 외에 돌봄서비스 제정 ▲장애인가족지원 ▲특수교사 7천 명 확대 등을 요구하고 복지부와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올 초 터진 대구 사설치료실 장애아동 사망 사건 때문인지 부모연대 요구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8월 초 부모연대가 복지부의 내년도 장애인복지예산안을 입수한 결과 예산은 동결됐고 재활치료서비스는 오히려 삭감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는 예산을 다 짜서 넘겼으니 책임은 기획재정부에 있다”라며 발뺌하고 있다.

 

현재 장애아동수당은 전체 20%만 받고 있으며 장애아동재활치료는 전체장애아동의 40% 수준이다. 활동보조인서비스는 전체장애아동의 10%,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은 전체장애아동의 2%만 받고 있다. 장애인자녀학비지원은 현재 차상위계층으로 제한, 전체장애아동의 1.7%만 받고 있으나 그나마 내년에는 10% 삭감될 예정이다.

 

부모연대는 “장애아동 재활치료는 보편적 복지서비스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가 예산 삭감한다니 장애가족은 다 죽으란 이야기”냐며 “최근 정부가 중도장애아동의 경우 한해 소득수준을 150%로 완화했는데 올해 예산을 오히려 늘려 장애재활치료의 경우 소득수준을 더 완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부모연대는 “보건복지부는 평균 40%에 가까운 장애인들의 등급을 떨어뜨리며 활동보조나 장애연금 대상자를 줄이고 있는 ‘장애등급재심사’에 소요되는 예산만 100% 인상했는데, 이는 결국 기존 장애인복지예산마저 삭감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부모연대 측은 “내일 11시 단식농성 돌입 및 기자회견이 있을 예정이며, 인권위에만 있지 않고 국회 · 보건복지부 등 다 찾아다니며 우리의 요구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내일 단식농성에는 윤종술 대표와 각 지회장, 회원 등 40여 명 이상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부모연대회원들이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로 진입할 때 인권위 직원들과 약간의 고성이 오갔으나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5시경 점거 이후 인권위에는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100여 명이 모인 7층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상태라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잠시 복도에 나가 더위를 식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농성장 한 편에서 부모와 함께 한 장애아동이 주변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종이접기를 하는 모습.

▲에어컨이 꺼지고 100 여명이 모여 매우 더웠으나 대부분의 부모연대 회원들은 자리를 지켰다.

▲자리가 부족했지만 소파 틈에 앉아 각 지회 회원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한 부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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