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코로나19시대, 싸우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다 ②
자본의 욕망에 집을 빼앗긴 사람들, 미아3구역 철거민 홍현우

미아3구역 건물 위에 세워져 있는 망루는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져 있던 지난 5월, 마지막 강제집행 이후 철거됐다. 사진은 2019년 11월 6일의 모습. 건물에는 흰 천에 붉은색 페인트로 “대가리 쪼개져도 투쟁은 계속된다. 투쟁!”, “개 같은 개발 악법 상가세입자 대책을 세워라!”, “너 같으면 나가겠냐, 개새끼야 단결투쟁”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 빈곤사회연대
미아3구역 건물 위에 세워져 있는 망루는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져 있던 지난 5월, 마지막 강제집행 이후 철거됐다. 사진은 2019년 11월 6일의 모습. 건물에는 흰 천에 붉은색 페인트로 “대가리 쪼개져도 투쟁은 계속된다. 투쟁!”, “개 같은 개발 악법 상가세입자 대책을 세워라!”, “너 같으면 나가겠냐, 개새끼야 단결투쟁”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 빈곤사회연대

집에 머물라? 집을 빼앗긴 철거민들
강북구 미아3구역은 4호선 미아역과 우이신설경전철 삼양역에 인접한 ‘주택재개발정비구역’이다.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개발사업의 한 종류다. 하지만 시공사가 GS건설로 선정된 이후 미아3구역에 붙었던 “명품 아파트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는 해당 개발사업이 주거환경 개선보다 더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문을 품게 만든다. 미아3구역에는 기존 오래된 다가구·다세대 주택과 상가를 철거한 뒤 1,017세대가 입주 가능한 자이가 들어설 예정이다.

홍현우(가명) 씨는 전국철거민연합 미아3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 홍 씨는 지금은 철거에 휩쓸려 없어진 미아동 233-9 다세대 주택 지하방에서 ‘천에 삼십’에 살았다. 샤브샤브 전문점에 고용되어 일하며 퇴근 후에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당구를 치고, 주말이면 부모님과 교외 나들이를 다니던, 홍 씨의 평범한 일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시기는 2018년 미아3구역 재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부터다.

“투쟁을 2018년도 7월부터 시작했어요. 이주공고가 난 뒤인데, 세입자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나가라, 조합에서 그런 식으로 나왔어요. 처음에는 ‘그냥 나가는 건 억울하지 않냐’ ‘이사비나 이주비라도 줘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조합에서는 십 원 한 장 없이 그냥 나가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서 투쟁이 시작된 거죠.”

홍 씨가 집에서 쫓겨난 시기는 2019년 9월, 남아있는 세입자들을 쫓아내기 위한 강제집행이 시작된 초기였다. 당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즐비한 미아3구역 골목골목에는 동네주민들이 아니라 용역들이 틈 없이 자리해 있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지만 철거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긴장이자 폭력이 시작됨을 알리는 공포였다.

“2019년 9월부터 10월까지 몇 차례 집행이 있었는데 용역들이 한 1000명은 왔었어요. 한번 올 때 400명, 500명 이렇게 와가지고, 한 날은 스물다섯 가구가 집행을 당했어요. 깡패들이 그렇게 쳐들어오니까 저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뒤로는 그거(집행) 당하니까 갈 데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남아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 망루를 세웠던 거죠. 그런데 결국 그 건물마저 올해 빼앗겼어요.”

강제철거가 이뤄진 미아3구역 공사 현장. 사진 정성철
강제철거가 이뤄진 미아3구역 공사 현장. 사진 정성철

차별적인 방역지침 - 집행은 허가, 집회는 불가

강북 초입에 더블역세권, 고급브랜드 자이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개발로 인한 가격 상승의 욕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주거환경 개선으로 포장된 개발욕망에 의해 대책 없이 쫓겨난 주거세입자 철거민들이 생존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이전에도 만만치 않았던 철거민들의 생존권 투쟁은 코로나 시기, 차별적인 방역지침을 마주하며 더 가혹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3월하고 5월이요. 그때는 일단 공무원, 집행용역, 그리고 불법으로 들어온 용역까지, 한 200명 됐어요. 불법 용역들은 골목에 빈틈도 없이 꽉 차 있었고 집행용역들도 사실은 ‘코로나 시국에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된다’, 언론에선 이렇게 떠들지만 강제집행 현장에는 그런 게 없어요. 그냥 뭐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거니까. 법원에서 하는 강제집행이 어떻게 그런 식으로 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법원에서 하는 집행이고 현장에 경찰들도 있고 구청 직원들도 있고 시청에서 나온 인권지킴이도 있는데, 어떻게 그런 걸 싹 다 무시한 채로 철거민들한테는 ‘하지 마라.’ ‘하면 안 된다.’ 해놓고, 한쪽에선 ‘해도 된다.’ 이건 사실상 일방적인 거죠.”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시기임에도 철거민들을 쫓아내기 위한 강제집행에는 수백 명의 용역이 동원된 반면, 쫓겨나지 않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던 철거민들의 집회는 인원이 제한되거나 반려됐다. 마지막 보루였던 망루에서 투쟁하던 미아3구역 철거민들은 집합금지 명령이 한창이던 시기 두 차례의 강제집행을 맞으며 거리로 내몰렸다.

철거된 후 공사가 이뤄지는 곳 앞에 “철거민이 남아있다. 이주대책 마련하라. 미아3구역 철대위(전철연)”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정성철
철거된 후 공사가 이뤄지는 곳 앞에 “철거민이 남아있다. 이주대책 마련하라. 미아3구역 철대위(전철연)”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정성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집합금지 명령은 존재를 드러내고 모여서 소리치지 않으면 삶이 무너지고 삭제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저항을 억압했다. 홍 씨는 집에서 쫓겨난 뒤 개발사업을 승인한 강북구청에 책임을 묻기 위해 찾아갔다. 하지만 구청은 코로나를 빌미로 철거민들을 바이러스 취급하며 방문을 차단했다.

“구청에 저희들이 가면은 문을 내려버려요 못 들어가게. 저는 그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집회라는 거 자체가 어떻게 보면 민원을 제기하는 거잖아요. 불만이 없으면 집회를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근데 그것마저도 보기 싫어가지고 문을 내려버리고. 저희가 저기(구청)에 서너 달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갔었는데 관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어요. 답답하죠. 전까지만 해도 출입을 그렇게 막지는 않았어요. 구청장실 앞에까지 쫓아가고 드러눕고 그랬거든요? 그때는 우리를 끌어낸다든지 이런 것도 사실상 많지 않았어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이랬는데, 지금은 코로나가 핑계가 되는 거죠. ‘들어오면 안 된다.’ 이렇게 나오는 거죠.”

철거민 투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에서도 변화가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개발 사업의 문제와 쫓겨남의 억울함을 알려야 하지만 모든 집회·시위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어 ‘왜 집회하는지’에 관심을 두기보다 ‘집회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분위기가 만연해졌다.

“시민들도 우리가 모여서 뭔가를 하는 걸 불안해하니까. 예전 같지 않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니까. 심적으로 부담이 됐어요. 구청은 관공서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거기서 사람들한테 안 좋은 소리도 들으니까. 진짜로 우리가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건가?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고. 코로나가 무서운 거는 우리도 모를 리 없잖아요? 코로나 걸려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거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차별적인 집합금지 명령은 미아3구역만이 아니라 전국 철거지역에서 동일하게 작동했다. 서울 천호동과 방배동, 평택 소사동, 대구 동인동에서도 집합금지명령 중 수백 명의 용역과 함께 크레인, 포크레인 등 중장비와 물대포까지 동원된 폭력적인 강제집행이 계속됐다. 그 바쁜 하늘길도 멈추게 만든 재난 상황에서도 이윤만을 위한 개발사업은 단 한 발도 멈추지 않았다. 중장비를 투입하고 사람을 집에서 끌어내는 폭력이 난무하는 철거지역은 ‘집에 머물라’ 집 밖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과의 ‘거리를 두라’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사회와 다른 세계 같았다. 저항할 길조차 막힌 채 집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은 감염에 더 취약한 상태에 처했다.

“방역지침은 집에 있으라고 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지인집에 앉혀 있거나 사무실 한쪽에 계시는 분도 있고 여인숙이나 고시원에 가신 분도 있고 그런 상황이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 집으로 잠깐 들어가 있는 상태인데, 마음대로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에요. 가족 집에 있다고 해도 나이 오십 가까이 돼갖고 하루 종일 안에 있기도 그렇고. 빨리 임대주택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사실상 저희에게 코로나보다는 그게 더 시급한 문제죠.”

미아3구역철거민들은 매일 아침 미아3구역 공사현장 출입구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 철거민이 머리에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색 머리띠를 매고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정성철
미아3구역철거민들은 매일 아침 미아3구역 공사현장 출입구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한 철거민이 머리에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색 머리띠를 매고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정성철

이윤 논리 앞에 묻혀서는 안 되는 생존

“제가 여기에서는 5년을 살았는데 삼양역 근처에서 살다가 신일(고등)학교 있는 데서도 살다가 쭉 이 부근에서만 살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이 부근에서는 이사를 가기가 힘들어요. 개발지역에 있다 보면 다 집값이 오르잖아요. 이미 강북구는 개발지역이 아닌 곳이 없어요. 그나마 아닌 곳들은 집값이 너무나 비싸고, 너무 억울한 거예요. 철거민들을 해당자, 비해당자 나눈다는 거 그 자체가 이해가 안 되고, 어차피 다 똑같은 서민들이고 피해를 보는 건 마찬가지인데.”

주거는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한국은 방역지침을 차별적으로 적용해 집에서 사람들을 쫓아내면서 집답지 못한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미아3구역 철거민들은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다. 코로나 시대, 저항의 길마저 차단된 철거민들은 안전하지도 안녕하지도 못하다.

“전에는 일을 하고 있었어도 몸은 좀 자유로웠어요. 금전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마음적으로는 여유로웠죠. 그런데 철거 투쟁을 시작하면서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개인적인 이유로 우리동네(개발구역)를 나가본 게 열 번이 안 될 거예요. 그만큼 불안하고 위축이 돼 있죠. 재개발은 안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원주민들을 다 쫓아낸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재개발이 됐건 재건축이 됐건, 상식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못사는 사람들, 쫓겨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죠. 먼저 생각해서 임대주택이라든가 임대아파트 같은 것들을 많이 지어서 나눠주고, 서민들도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제가 싸우는 목적이기도 하고요.”

UN에서 즉각 시행을 권고한 퇴거금지의 원칙과 각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강제퇴거 금지 사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두의 방역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이윤 논리 아래 생존의 요구가 묻혀서는 안 된다’는 동의 아래 불평등한 재난 상황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마주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 모두의 삶의 안전과 안정을 담보하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정성철.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기소개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즐거운 날보단 슬프고 화나는 날이 더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활동이 꽤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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