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연속토론회①
탈시설의 개념과 법적 쟁점 다뤄

탈시설지원법을 대표발의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306호에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연속토론회’ 첫 번째 주제로 ‘탈시설의 개념과 법적 쟁점’을 다뤘다. 이 토론회는 유튜브 채널 ‘최혜영TV 함께혜영’에서도 온라인 생중계됐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탈시설지원법을 대표발의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306호에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연속토론회’ 첫 번째 주제로 ‘탈시설의 개념과 법적 쟁점’을 다뤘다. 이 토론회는 유튜브 채널 ‘최혜영TV 함께혜영’에서도 온라인 생중계됐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해 12월 10일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이 발의 됐다. 탈시설지원법안 제2조 5항에서는 ‘탈시설’을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탈시설을 물리적으로 시설에서 나오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통합되어 살아가는 삶을 의미한다고 명확히 규정한 것이다. 

이처럼 국회에서는 탈시설지원법안이 발의됐고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국정과제에 ‘탈시설’을 담았음에도, 이제와서 ‘탈시설’이라는 용어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고 꺼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1년 남짓, 긴급히 논의되어야 할 탈시설 정책 방향을 짚는 토론회가 열렸다. 

탈시설지원법안을 대표발의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306호에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연속토론회’ 첫 번째 주제로 ‘탈시설의 개념과 법적 쟁점’을 다뤘다. 이 토론회는 유튜브 채널 ‘최혜영TV 함께혜영’에서도 온라인 생중계됐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 ‘탈시설’은 지난 국가 정책의 과오에 대한 반성

“하루 일과가 뭐냐고 물어보면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는데요’, ‘가만히 있는데요’, ‘그냥 멍하니 있는데요’, ‘아침에 TV 보고 그냥 여기 있는데요’, ‘여기 앉아 있는데요’, ‘여기가 내 자리예요’, ‘이름은 안 부르고 너 이리 와, 그렇게 불러서 속상해요’ 우리가 대화를 할 때 보통 2~3시간씩 대화했는데 ‘나 이렇게 1시간 넘게 대화해 본 게 30년 동안 처음이에요. 제발 자주 와 주면 안 돼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2017년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에 자세히 담겨 있는 거주장애인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 활동가는 “과연 거주시설이 사람이 사는 곳인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거주시설에서의 인권침해를 번번이 외면했다. 김 활동가는 “최근 경기도 여주 라파엘의집에서 학대와 인권침해 정황이 밝혀졌지만, 정부는 최중증장애인 140여명이 수용되어 있는 것보다 지역사회에서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것이 재정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묵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설 인권침해, 미신고시설 문제에 보였던 정부의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라며 “정부의 묵인과 시설운영자의 기득권, 장애인가족의 부양부담에 의한 시설 선택, 시민들의 방조가 지금까지 장애인 시설수용을 끊지 못한 견고한 카르텔이었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탈시설’이 이러한 시설수용의 역사를 반성하는 의미가 있다고 짚으며, 탈시설 용어를 교묘히 피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오는 7월에 ‘중앙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열겠다고 했지만, 탈시설이 아닌 자립지원센터라고 칭해 원성을 사고 있다. 장 의원은 “중앙장애인자립지원센터 안에 탈시설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한다”며 “탈시설은 지금까지 시설중심 정책으로 시민들을 정책적으로 차별해 왔다는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 반성 없이 다음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렵고, 정책이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장애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장애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 시설 쪼개기 소규모화, 진정한 탈시설 아냐

시설소규모화는 진정한 의미의 탈시설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회복지법인은 대형 거주시설 장애인을 체험홈이나 그룹홈으로 나누어 보내고, 이를 ‘탈시설 정책 이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테두리에서 거주인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단지 시설 측의 주장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부 또한 탈시설의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장애학과 교수는 “시설을 지역사회로 옮긴다거나 규모를 줄인다는 것도 ‘탈시설화’의 과정이기에 이를 봐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결코 탈시설이라고 할 수 없다”며 “탈시설은 그야말로 시설거주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된 생활을 하는 것을 뜻한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의 탈시설 정책의 사례에 비춰보면,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서 지내는 거주장애인들에게는 커다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조 교수는 “적응행동, 문제행동, 지역사회 참여, 상호작용, 가족이나 친구와의 접촉, 지역사회 수용, 건강, 만족도 등에서 크게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중증장애인도 예외 없이 그 효과가 좋았다”라며 “중요한 것은 탈시설 정책을 누가 이끌어가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누가 옹호하느냐다. 그 중심에는 장애인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 탈시설지원법의 쟁점: 10년 내 시설폐쇄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탈시설지원법안에서의 쟁점으로 꼽히는 △시설조사의 정당성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시설종사자의 직업의 자유 침해 △사유재산제에 반하는지 여부 △시설 내 인권침해가 국가의 열악한 지원 탓인지 여부 △보호자들이 시설을 원한다는 주장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탈시설지원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정신요양시설 입소 정원 단계적 축소 및 10년 내 폐쇄 법제화가 왜 중요한지를 짚었다. 

염 변호사는 “이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권리를 보장하고 장애인복지가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정책을 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웨덴과 이탈리아 사례를 제시했다. 

스웨덴은 1967년 장애인보호법을 통해 시설을 폐쇄했지만, 시설 폐쇄 속도가 더뎌 정부는 1994년~2000년까지 시설을 폐쇄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도 시설 폐쇄의 속도가 나지 않자 급기야 1997년에는 시설폐쇄법을 제정했고, 2000년까지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때 시설 장애인의 80%가 발달장애인이었다. 이탈리아는 정신병원 폐쇄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8년 ‘바실리아법’을 제정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1982년 1월부터 정신병원 입원이 불가능해졌다. 

염 변호사는 “이러한 법도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거주시설 장애인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시설을 선택하지 않았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생활시설 실태조사를 보더라도 비자발적인 입소 비율은 82%에 달한다”라며 “따라서 탈시설지원법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기보다는 오히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거주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 내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정배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장 연구부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강정배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 시설 투자 제한, 재시설화·재입소 금지 추진해야 

해외 탈시설 사례가 우리나라 상황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공공이나 정부가 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탈시설 정책 추진 시 오히려 예산이 축소됐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장애인복지 대부분을 개인 사회복지시설에 민간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탈시설 정책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복지 예산의 급증이라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강정배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장은 “미국의 경우, 거주시설 안에 치과, 내과가 있는 작은 의원급 또는 2차 병원 수준으로 의료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또한 중증장애인의 1명당 5명의 종사자가 3교대로 지원하는 구조다”라며 “그럼에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탈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점을 유념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부장은 영국, 스웨덴, 캐나다, 미국, 일본 등이 안정적인 탈시설을 하고 있는 국가로 꼽으며, EU의 탈시설 정책 목표를 설명했다.  

강 연구부장은 “EU에서는 2010년에 ‘장벽 없는 새로운 합의’라는 명칭으로, 장애인의 탈시설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예방을 하기 위해 정책을 발표했다”라며 “그 정책에 따라서 실제 탈시설 현황, 시설 현황, 이에 대한 욕구 조사를 하여 구체적인 목표를 발표했다. 첫 번째는 시설 투자를 제한하는 것, 두 번째는 재시설화와 시설 재입소 금지”라고 제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거주시설 예산이 복지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룹홈·체험홈 등의 시설 쪼개기가 탈시설 정책으로 둔갑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의 통합적인 삶에 관한 고민도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소극적인 행정 안에서만 논의되고 있다. 장애인을 자기 삶의 주체로서 바라보는 시각의 부재와 탈시설 정책에 대한 의지 결여가 만들어낸 결과다. 

이러한 정부 태도는 토론회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남후희 보건복지부 장애인통합돌봄연계TF 팀장은 “7월 ‘중앙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개소와 8월 ‘탈시설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라며 이미 발표된 내용만 반복해서 이야기할 뿐 이렇다 할 입장은 따로 표명하지 않았다. 탈시설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 출범 4년 만에 나온 유일한 중앙정부 탈시설 정책이며, 현재 중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책정된 예산도 고작 2억 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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