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발달장애인 탈시설 당사자’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편집자 주] 16일 오전 11시, 명동성당 앞에서 탈시설장애인 당사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수용시설 지키기’에 나선 천주교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이 기자회견의 배경엔 지난 8월 24일 한국천주교주교회 사회복지위원회가 주최한 ‘탈시설로드맵 분석과 대응방안 토론회’가 있습니다. 당시 토론회에서 장애인거주시설 원장이기도 한 천주교 신부들은 사실상 탈시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하며 “발달장애인이 (탈시설을 요구하며) 데모하는 건 못 봤다”라는 등 발달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하였습니다. (▷관련 기사 : 천주교, 탈시설 부정하며 ‘시설 지키기’ 나서나… 장애계 ‘우려’ 표해)
이에 대해 비마이너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이자 탈시설장애인인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의 목소리를 싣습니다. 이 발언은 16일 명동성당 앞에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장애계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탈시설 활동가 박경인입니다.
저는 자립하기 전에 천주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공동체인 그룹홈에서 19년을 살았습니다. 저는 종교가 싫습니다. 왜냐하면 일요일이면 조금 더 늦게까지 자고 싶어도 다른 거주인들을 챙기면서 하루종일 성당에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도문을 외우지 못한다고 혼나기도 했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있어야 하는데 시설에 산다는 이유로 강제로 미사를 듣는 것이 싫었습니다. 제가 있던 재단은 23개의 그룹홈이 있었는데 신부님이 한 달에 한 번씩 그룹홈에 방문해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룹홈에는 항상 성모상이 있었고 저는 그게 너무 무서웠습니다.
천주교 재단의 시설에서 살 때 힘든 점은 규칙이 너무 엄했다는 것입니다. 허락을 받아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고, 밖에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었고, 선생님의 동의나 신부님의 허락이 있어야만 맛있는 걸 사러 밖에 나가거나 옷을 사러 나갈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할 수는 없지만 지금 자립해서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제가 살았던 시설에는 시설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고 천주교 재단 시설 종사자들이 강제로 제 일상을 관리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천주교주교회 사회복지위원회에서 탈시설 반대 토론회를 열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천주교에서는 시설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했지만 시설에서 나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원주택과 활동지원, 주거코치가 있으면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내 방 없이 6명이 같이 한 방에 있는 것도 차별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하는 상황도 나의 자유가 없는 시설에서 일어나는 차별입니다. 또한 시설은 선생님이 많은 인원을 돌봐야 하고, 서류업무도 하느라 실제로 우리를 돌봐줄 수 없어서 내가 다른 거주인들을 돌보고 청소나 집안일을 한 적도 많습니다. 시설은 장애인을 돌봐주는 게 아니라 장애인을 가둬놓고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자립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도 응원해 주기는커녕 반대가 심했고, 집을 알아봐 주고는 통장만 쥐여준 채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자립을 해야 했습니다. 내가 자립해서 나간다고 다른 거주인들한테 자랑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같이 나오고 싶어했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자립을 어떻게 할 거냐고, 자립해서 잘 사는 사람 못 봤다고, 혼자서 자립하라고 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계속 시설에만 있게 하는 것은 차별입니다. 우리는 원해서 시설에 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설을 유지하기보다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립하려는 사람에게 자립에 대한 준비과정을 충분히 잘 지원해서 지역사회에서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도 제도만 만들지 말고, 말만 하지 말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똑같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장애인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자립을 도와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입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내 의지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어디서 살고, 누구와 함께 살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종교를 선택할 권리도 있습니다. 장애인도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구호를 외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천주교는 당장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라! 우리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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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탈시설, 시설폐쇄만 외치지말고 탈시설의 문제점이 뭔지, 저들은 왜 탈시설을 반대하는지 좀 알고 탈시설 주장하세요
정작 장애인 당사자나 부모는 아무말도 없는데 꼭 인권, 활동가 이런 사람들이 잘살고 있는 사람들 괴롭혀요?
관심종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