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지하철 시위 현장 방문해 대선후보 TV토론회 약속 재확인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약속하라”
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당분간 중단… “3월 2일까지 기다린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TV토론회 1분 발언에 이어, 23일 아침 7시 30분 지하철 4호선 서울역 시위 현장에 방문해 다시 한번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했다.
오늘로 21회에 걸쳐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3월 2일까지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들의 답을 기다리며 출근길 시위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3월 2일은 대선후보 TV토론회 마지막 날로 ‘사회분야’에 대해 토론한다. 다만 후보들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다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전장연은 대선후보와 기획재정부를 향해 △장애인 이동권 △탈시설-자립생활 △노동권 △장애인평생교육 등이 포함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시간에 ‘지하철 타기’를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6일부터는 아침 8시에 4호선 혜화역 승강장(동대문 방향)에서도 선전전을 이어오고 있다.
지하철 시위가 계속되자 출근길 시민들과의 마찰이 빚어졌고, 이는 급기야 장애인 비하와 혐오로 번졌다. 혜화역 승강장 벽에 붙인 선전 현수막과 피켓이 뜯겨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운행을 방해했다며 전장연에 3000만 1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역에서 심상정 후보는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은 21년 동안 이동권 투쟁을 한 장애인의 책임이 아니라 세계 선진국 10위임에도 장애인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한 정치와 정부에 있다”라며 “장애인들이 엄동설한에 위험한 투쟁을 하고 싶었겠는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치권이 귓등으로도 듣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투쟁을 벌인 것이다. 투쟁의 요구는 정당했다. 장애인이 이동을 해야 교육받고, 일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정의당의 전신) 창당 첫 법안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싸웠는데 장애인 이동권은 시·군·구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장애계가) 저의 ‘1분 발언’에 감사하다고 했지만, 부끄럽고 죄송하다”라며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도 장애인 이동권예산 확대를 천명하기를 바란다. 이는 대한민국을 운영하려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책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 후보는 장애계가 미리 마련한 공약 피켓에 사인했다. 피켓에는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하면서 지역사회 함께 살아갈 권리를 정치가 책임지고 기획재정부를 통해 예산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정의당 대통령 후보 심상정 2022년 2월 23일”이라고 적혀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교통약자법 제3조에는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대해 명시돼 있지만 16년 동안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었다. 법에 이동권이 명시돼 있음에도 장애인은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했고, 학교도 가지 못했고, 일할 기회도 없었다. 시설이라는 감옥을 만들어 장애인을 가두었다”라며 “누구나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겠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가 책임 있게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꼭 약속해주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인 이동권은 모든 권리와 연결돼 있다. 이동을 해야 교육을 받고, 교육을 받아야 노동을 할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라며 “대선후보 4명이 법에 명시한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해주기를 바란다.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장애인 활동가들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혜화역으로 바로 가지 않고, 한성대입구역을 경유해서 갔다. 이들이 한성대입구역을 경유한 이유는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갈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하철 엘리베이터에는 휠체어 이용자가 한두 명밖에 탈 수 없어 다수가 이동할 때는 엘리베이터 이용에만 수십 분이 소요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은 중앙통로로 되어 있는 한성대입구역에서 혜화역 방향 지하철로 갈아탄 뒤 아침 선전전에 합류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31일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고, 지자체는 특별교통수단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비를 ‘중앙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국비 지원 근거가 미약하다.
이로 인해 전장연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조금법 ‘시행령 별표2’에 따르면, 특별교통수단 운영비가 ‘국고 지원 제외 사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장연은 보조금 지원대상의 범위와 기준보조율을 명시하는 ‘시행령 별표1’에 이를 추가하여 국가 지원 비율을 정확히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은 50%를, 지방은 70%의 운영비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