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장혜영 의원 질의에 “고민해보겠다” 원론적 입장만
국비 지원 여부 질의에 “지방이양 결정했을 땐 이유가 있어…”
“장애인 수용하는 데 국비 쓰기보다 지역사회에 더 많은 예산 써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추경호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 MBC 인사청문회 중계방송 캡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추경호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 MBC 인사청문회 중계방송 캡처 

장애인 평생교육 국비 지원에 대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명확한 답을 하지 않은 채 “고민해보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2일 오전에 이뤄진 인사청문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장애인평생교육과 관련한 여러 통계를 제시하며 추 후보자에게 국비 지원에 대해 질의했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졸 이하 학력은 전체 국민 중엔 11%에 그치나 장애인은 절반이 넘는 53.5%에 달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전체 국민의 36.3%이나 장애인은 62.7%다. 교육받지 못하니 노동의 기회에서도 박탈되는 것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평생교육에서 배제되는 게 장애인의 현실이다. 전체 국민의 40%가 평생교육을 받지만 장애인은 0.9%에 불과하다. 백 명 중 한 명만이 겨우 받는 꼴이다. 그런데 장애인평생교육 예산마저 1인당 연간 2287원밖에 안 된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이 1년 예산이니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리 없다.

평생교육기관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도 현저히 떨어진다. 전체 평생교육기관은 4295개이나, 이중 장애인평생교육기관은 308개(7.2%)이며, 평생교육프로그램도 전체 21만 개 중 장애인 대상은 580개(0.3%) 수준이다.

이로 인해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구하며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보조금법 시행령 별표2에는 보조금 지급에서 제외되는 사업 300여 개가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는 지역 평생교육센터 운영비도 포함된다. 장애계는 별표2(보조금 지급 제외 사업)에 명시된 평생교육센터 운영비를 ‘보조금 지급 대상과 지급 비율’을 명시한 별표1로 옮겨서, 국비 지원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추경호 후보자. 사진 MBC 인사청문회 중계방송 캡처 
용혜인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추경호 후보자. 사진 MBC 인사청문회 중계방송 캡처 

- 국비 여부 질의에 “지방이양 결정했을 땐 이유가 있어…”

용혜인 의원은 “현재는 보조금법 시행령 별표2로 인해 국비 지원이 안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장애인의 경우 평생교육센터 접근권이 크게 제약된다. 지역 평생교육센터에 정부보조금 지급이 가능해진다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주부, 실업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령 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라고 물었다.

이에 추경호 후보자는 “의원님께서 잘 아시다시피 우선 장애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 예산 지원 확대는 앞으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평생교육시설에 대해선 2005년 ‘지방에서 하는 게 맞다’고 해서 지방이양 산업으로 정해져서 국고보조 제외사업이 되었다. 그런데 이걸 과연 다시 국가로 돌려야 하나. 이에 대해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러한 추 후보자의 답변에 용 의원은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겠다”고 정리했다.

이어 용 의원은 재차 “교육부가 학교 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지원매뉴얼을 배포하여 올해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자체 및 시도교육청의 예산 문제로 인해 현장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장애계는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이러한 부분을 반영해 주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이 예산을 검토하겠다’고 이 자리에서 답해줄 수 있나?”라고 물었다. 장애계가 요구하는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은 134억 원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도 추 후보자는 확답하지 않았다. 추 후보자는 “세부 사업별로 엄밀히 봐야 할 것 같다. 그중 일부는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거고, 일부는 현재 재정운용이나 원칙 측면에서 아마 단기간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도 있겠다. 어떤 것은 기존 국가 예산을 확대 지원할 필요가 있는 사업도 있는 등 다양한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용 의원은 “후보자분이 ‘이렇게 하겠다’는 전향적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하니 추 후보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추 후보자의 태도에 용 의원은 “2018년에 후보자님의 지역구 관련 예산이 대폭 증액됐다. 특히 도로건설사업에서 정부안보다 450억 원이 증액되고, 2021년 부처 연계형 노후 산업단지 개발 사업비는 10억 원이 증액됐으며 없던 예산이 새로 반영되기도 했다. 당시 후보자께서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였는데 여야 실세들이 쪽지 예산으로 지역구 예산 알뜰하게 챙긴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사회적 약자들의 절실한 요구엔 지금 무성의하게 답변하고 계시다. 이런 분이 우리나라 경제사령탑 역할 맡으면 정부 재정이 약자들에게 제대로 쓰일 수는 있을지, 얼마나 더 잔인해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용 의원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평생교육법안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장애인평생교육의 실질화를 위해 별도 법안을 제정하자는 것인 만큼 예산 반영이 필수적이라 기재부 입장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재부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검토보고서에서 ‘신중 검토’라는 의견을 내며 사실상 법안 제정에 반대를 표했다. 

이에 추 후보자는 “그 법안에 대해 소상히 알지는 못하나, 여러 의원님들이 법안을 제출했기에 국회에서 진지하게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한다”면서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책적인 관심을 더 두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추경호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 MBC 인사청문회 중계방송 캡처 

- 장애인거주시설 예산은 국비 지원하는데 평생교육시설은 제외, 이유는?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에 대해 질의는 오후에 또다시 제기되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장애인거주시설 운영비는 보조금법에 따라 지원하고 있으나, 장애인특별운송수단이나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보조금법 시행령이 장애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장애인이 적절한 교육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는 국비 지원하지 않고,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격리시켜 시설에서 살아가는 데에는 국비로 지원한다. 이 시설 예산이 연간 6000억 원이 넘는다”면서 “세계 10위의 경제선진국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장애를 가진 시민을 무능한 존재로 낙인찍어 시설에 보내는 것보다 우리사회에서 교육받고 사는 것에 더 많은 지원을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지역의 평생교육센터도 아니고 적어도 이렇게 교육격차 나는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비 지원해야 하지 않나”며 후보자의 생각을 다시 물었다.

이에 대해 추 후보자는 “오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듯 지방 이양할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런데 문제제기를 하시니깐 관련 (장애인)평생교육지원법에 대한 부분도 진행되고 있으니 논의상황을 지켜보면서 고민해보겠다”며 오전보다 다소 변화된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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