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는 ‘지원주택’, 주거서비스가 결합된 집
주거코치들 24시간 상주하며 탈시설장애인 지원
운영은 ‘시민단체’가 아닌 서울시 선정 사회복지법인이 하는 중
A 씨 사인도 욕창 아닌 것으로 파악돼
기사에 언급된 D 씨 “내 말 앞뒤 다 잘라 먹었다”

[편집자 주] 지난 1일 조선닷컴에 탈시설장애인의 죽음과 관련된 가짜뉴스([단독] 넉달만에 욕창으로...脫시설 사업으로 ‘독립’한 장애인의 쓸쓸한 죽음)가 보도됐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가짜뉴스를 근거로 지난 12일 JTBC 썰전라이브에서 탈시설을 왜곡했습니다. 비마이너는 세 번에 걸쳐 조선닷컴 기사를 팩트체크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총 4회, 6편의 기사를 통해 탈시설을 둘러싼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① 탈시설 가짜뉴스 조선닷컴 팩트체크  
- 탈시설장애인이 빌라에 홀로 방치되다 사망했다?

- 민주당·전장연이 장애인을 시설에서 내쫓았다?
- 탈시설운동가를 탈시설피해자로 둔갑, 유족 “왜곡 말라”
② 탈시설 예산이 전장연 수익사업?
③ 중증발달장애인은 자기결정권 없으니 탈시설 안 된다?   
④ 거주시설에 사는 것도 ‘선택’이다?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캡처 화면. 이 대표는 지난 1일, 조선닷컴의 탈시설 왜곡 기사를 공유하며 “전장연이 꾸준히 이야기하고 민주당과 정의당이 밀어붙이려고 하는 탈시설 정책. 누구를 위하여 이것을 강행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캡처 화면. 이 대표는 지난 1일, 조선닷컴의 탈시설 왜곡 기사를 공유하며 “전장연이 꾸준히 이야기하고 민주당과 정의당이 밀어붙이려고 하는 탈시설 정책. 누구를 위하여 이것을 강행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조선닷컴은 지난 1일, ‘[단독] 넉달만에 욕창으로...脫시설 사업으로 ‘독립’한 장애인의 쓸쓸한 죽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탈시설한 장애인 두 명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다가 욕창을 겪었고, 끝내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최훈민 기자는 기사 중 탈시설장애인 A 씨에 대해 “사인은 욕창에 따른 패혈증”이라며, 사망 원인을 욕창이라고 단정 지었다.

C 씨로 표기된 신정훈 씨의 경우 욕창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잘라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C 씨 지인’이라는 사람의 발언(“C 씨가 욕창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하긴 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그런데 갑자기 죽어서 황망하다”)을 인용해, 신정훈 씨의 사망과 욕창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기사가 나온 지 1시간 반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해당 기사는 더 널리 퍼졌다. 지난 12일 JTBC 썰전라이브에서도 이 대표는 기사 내용을 그대로 언급하며 탈시설로 인해 장애인들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마이너 취재 결과, 두 사람 모두 ‘욕창으로 사망했다’는 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그뿐만 아니라 기사의 대부분이 허위사실로 이뤄져 있었다. 비마이너는 3회에 걸쳐 해당 기사를 팩트체크한다.

김포 향유의집 앞에 걸려있는 시설 팻말.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향유의집. 사진 허현덕
김포 향유의집 앞에 걸려있는 시설 팻말.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향유의집. 사진 허현덕

- 한국 최초, 법인 스스로 시설폐지하고 거주인 탈시설 추진한 ‘향유의집’

해당 기사는 탈시설장애인 A 씨가 욕창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시민단체’가 서울시 지원금으로 ‘일반인’이 사는 ‘보통 집’에 탈시설장애인을 입주시켜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했고, ‘보통 집’도 장애인이 살기 불편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후 기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전장연이 탈시설 정책을 시행해 “자립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강제로 시설 밖으로 내보냈다고 주장한다. 이런 내용은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전장연이 겉으로는 “이동권 보장을 앞세”워 시위를 벌이지만 실은 탈시설 예산 확보가 시위 목적이라는 듯 서술한다.

조선닷컴 기사에 언급된 시설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구 석암재단)’이 운영하는 ‘향유의집(구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이다. 향유의집은 한국 최초로 법인 스스로 시설을 폐지하고 거주인 탈시설을 추진한 곳이다.

석암재단은 장애수당 및 국가보조금 횡령, 시설 영구입소비 명목으로 장애인 가족에게서 수천만 원 갈취 등 비리의 온상인 법인이었다. 설립자 일가족을 중심으로 설립자의 조카와 친구 딸, 며느리의 조카까지 비리·횡령을 벌였다.

이를 제일 처음 고발한 사람들은 석암베데스다요양원 거주자들이다. 이들의 고발로 석암재단의 비리·횡령이 세상에 알려졌다. 설립자 일가는 줄줄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지난한 과정 끝에 비리세력이 물러나고 공익이사진이 들어서면서 시설폐지와 탈시설이 추진됐다.

향유의집은 지난해 4월 30일 문을 닫았다. 거주인 대부분은 탈시설해서 지역사회에 살고 있다.

문제의 조선닷컴 기사 캡처 화면.
문제의 조선닷컴 기사 캡처 화면.

- A 씨 사인은 ‘패혈증’… “욕창은 호전되고 있었다”

“무더웠던 작년 7월 어느 날, 서울 은평구 한 빌라에서 혼자 살던 하반신 마비 장애인 A씨가 병원에 실려간 뒤 생을 마감했다. 엉덩이와 허리 쪽에 누런 궤양이 심했다고 한다. 사인은 욕창에 따른 패혈증.” (조선닷컴 기사 중에서)

A 씨는 향유의집에서 28년을 살다가 탈시설 해 지난해 3월,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서울시장애인지원주택’에 입주했다. 그는 지난해 7월이 아니라 4월부터 지병으로 입원했다. 욕창은 호전되고 있었다. 입원 도중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A 씨가 살던 지원주택 운영기관 ‘ㄱ 사회복지법인 지원주거센터(아래 ㄱ 법인 센터)’가 A 씨 사망 당시 유가족과 함께 병원에 동행했다. ㄱ 법인 센터가 병원에서 확인한 사망진단서 내 공식 사인은 ‘패혈증’이다. 센터는 이 같은 사실관계를 정리해 조선닷컴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문서를 보냈지만 아직 답은 오지 않았다.

2019년 12월 2일,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선보인 장애인 지원주택 내부의 모습이다. 지원주택 입주자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이 있다. 활동가들은 ‘당신의 자립을 환영합니다! 자립생활 응원드려요’,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 ‘장안동 뉴 페이스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탈시설 장애인의 지원주택 입주를 환영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2019년 12월 2일,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선보인 장애인 지원주택 내부의 모습이다. 지원주택 입주자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이 있다. 활동가들은 ‘당신의 자립을 환영합니다! 자립생활 응원드려요’,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 ‘장안동 뉴 페이스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탈시설 장애인의 지원주택 입주를 환영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 탈시설장애인이 사는 지원주택은 주거서비스 결합된 곳, 운영기관도 시민단체 아냐

“그(A 씨)가 생의 마지막 넉달을 보낸 곳은 시민단체가 서울시 지원금으로 임차한 방 2개짜리 14평 빌라였다. (중략) 소위 ‘센터’라고 불리는 사회복지법인 산하 단체나 시민단체가 지자체 돈으로 관리하는 집이었다.” 

A 씨가 거주하던 지원주택은 시민단체가 아니라 ㄱ 법인 센터가 서울시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지원주택은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집과 함께 여러 복지서비스를 지원한다. 장애계의 요구로 2019년 2월, 서울시에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서울시는 ‘서울시장애인지원주택’ 운영기관을 공개모집해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서울특별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1960년대에 설립된 ㄱ 법인은 서울시 심사를 거쳐 2020년 12월, A 씨가 거주하던 주택의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향유의집 거주인들이 살던 방. 한 방에 3~7명이 살고 있었다. 사진 비마이너DB
향유의집 거주인들이 살던 방. 한 방에 3~7명이 살고 있었다. 사진 비마이너DB

- 1명이 장애인 여러 명을 지원하는 시설, 여러 명이 1명의 장애인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시설에서는 간호사가 상주하며 날마다 건강 체크를 했다. 하지만 A씨 빌라에는 간호사가 주 1회만 찾아왔다. 시설에선 A씨가 화장실에 가거나 목욕을 하면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시설 직원이 ‘뒤처리’를 도왔다. 욕창 확인도 이들 직원이 해줬다. 빌라에선 직원 대신, 센터가 보낸 ‘주거 코치’, ‘활동지원사’ 등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왔다.”  

최훈민 기자는 시설과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비교하며, 마치 시설에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다르다.

시설에서는 생활재활교사 1명이 여러 명의 장애인을 지원한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선 장애인 1명당 활동지원사 1명이 배치된다. 활동지원사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인력이다. 활동지원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해 가족 부담을 줄이는 복지서비스로 2007년 제도화됐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점도 있다. 필요한 만큼 활동지원시간을 받을 수 없어 서비스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에게 탈시설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에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 주거와 함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주택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지원주택에서는 주거코치가 활동지원시간 부족으로 발생하는 서비스 공백을 채운다. 주거코치는 지원주택을 순회하며 안전·집안·건강·의사소통 등 거주생활 전반을 전문적으로 돌보고 지원한다. A 씨가 살던 지원주택의 경우 ㄱ 법인 센터가 공개채용한 주거코치들이 근무교대 형식으로 24시간을 상주하며 탈시설장애인을 지원했다. 즉, 시설에선 1명의 종사자가 여러 장애인을 돌봤다면, 지역사회에서는 1:1 지원서비스인 활동지원사에 주거코치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지원인력의 배치는 ‘누구를 중심에 두느냐’는 관점의 변화이기도 하다. 시설에서는 종사자 일정에 맞게 장애인들이 일방적 돌봄을 받았다. 이런 환경 속에선 장애인이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요구하기 어렵다. 반면 지역사회에서는 자립한 장애인을 중심으로 지원인력이 배치된다. 장애인이 돌봄을 받는 대상에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말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문제의 조선닷컴 기사는 이런 탈시설-자립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했다.

안타까운 점은 현실의 제약이다. 만 65세가 넘어 탈시설한 A 씨는 ‘만 65세 이상 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다’는 현행 제도의 한계로 인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이 경우 요양보호사의 지원을 받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서비스 최대 시간이 하루 4시간으로 매우 짧다. 이로 인해 나머지 20시간은 주거코치들이 교대하며 A 씨를 지원했다.

그러던 중 A 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던 6월, 만 65세 문제로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서울시 지원이 시작됐다. A 씨는 서울시로부터 월 20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으나 입원 중이라 이용해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향유의집 화징실. 두 개의 방 사이에 화장실이 있다. 하나의 화장실을 두 개의 방에 사는 거주자들이 함께 사용한 것이다. 사진 강혜민 
향유의집 화징실. 두 개의 방 사이에 화장실이 있다. 하나의 화장실을 두 개의 방에 사는 거주자들이 함께 사용한 것이다. 사진 강혜민 

- 시설 화장실은 통로처럼 사용… D 씨 “내 말 앞뒤 다 잘라먹고 기사에 실었다”

“시설엔 보통 휠체어를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큰 화장실에, 큰 변기가 있다. 근데 A씨가 살던 곳은 변기도 작고, 공간도 좁아 뒤처리도 제대로 못했다.”

비마이너가 지난해 4월, 향유의집이 폐지되기 전 방문해 확인한 화장실은 방과 방 사이에 놓여 복도나 통로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누군가가 용변을 보거나 씻고 있어도 다른 사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사생활, 개인의 존엄 등이 전혀 보호되지 않는 형태다.

A 씨와 함께 향유의집에서 20년간 거주하고, 법인의 비리·횡령을 고발한 후 탈시설한 한규선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소장은 조선닷컴 기사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한규선 부소장은 “화장실이 넓긴 한데, 양쪽 방문을 다 열어놓고 쓴다. 내가 볼일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문 열고 들어와서 발달장애인 거주자를 씻기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일이 일상이었다”고 성토했다.

조선닷컴 기사에서 “나도 시설에서 나오기 싫었어. (중략) 탈시설하면 그냥 혼자 있다가 외롭게 죽는 거지”라는 말을 했다고 언급된 D 씨는 A 씨와 같은 건물의 지원주택에 살고 있다. 비마이너가 지난 11일 D 씨의 집을 방문해 확인하니 향유의집 화장실 크기보다 좁기는 했다. D 씨도 화장실이 좁아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D 씨는 최훈민 기자가 자신이 한 말의 앞뒤를 잘라먹었다며 굉장한 불쾌감을 토로했다.

“약속도 없이 갑자기 내 집에 쳐들어왔어. 그러더니 이 집에 잘못된 거 없냐, 불편한 거 없냐 묻는 거야. 현관문이 자동문이 아닌 거하고, 변소가 좁은 게 불편하다고 했지. 변소가 좁아서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땀을 흘리면서 나 씻는 거 지원하지. 그리고 모여서 수다 떨고 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 이런 걸 해결해 주려고 묻는 건가 해서 말했지. 근데 내 말 앞뒤를 잘라먹고 기사를 내보냈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아주 괴로워. 살맛이 안 나.

나는 행복하지. 여기 센터장님, 팀장님들이 얼마나 잘하는데. 버튼 이거 누르기만 하면 와. 내가 필요한 거 모든 걸 다 해 줘. 감사하고 이뻐 죽겠지. 잘 못 하면 내가 따따따 쏘아붙이고 혼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복이 많아. 세월이 좋아져서 이런 집에도 살고. 빨래 말리는 것(건조기)까지 다 있어. 얼마나 특급인데.”

D 씨 휠체어에 걸린 주머니 속 버튼을 누르자 정말 10초 만에 주거코치가 달려왔다. 또한 해당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제공한 신축 매입임대주택이다. 탈시설장애인들이 입주하기 전 장애인편의시설 공사를 마친 곳이다.

탈시설장애인들은 공사 중에 자신이 살게 될 집을 방문해 여러 가지를 점검했다. 현관의 높은 문턱을 깎아달라는 것, 화장실이 좁으니 세면대를 없애달라는 것 등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면 그 부분이 반영돼 공사가 이뤄졌다.

A 씨 또한 마찬가지다. 빨래가 뒤섞여 남이 자신의 옷을 입는 게 싫어 늘 빨간색 옷만 입었던 A 씨는 탈시설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어서 탈시설 이후를 매우 염려했다. 염려 속에 입주할 주택을 사전방문했다. 향유의집 폐지와 탈시설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A 씨는 “저번에 집 보러 가니까 (집이) 좋더라고. 냉장고 큰 거 문이 네 개짜리로 있고, 에어컨 있고”라고 이야기했다.

2019년 12월 2일 향유의집에서 32명이 지원주택으로 출발하기 전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이 활짝 웃고 있으며, 두 손을 번쩍 든 사람도 있다. “함께 살아요, 우리!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주택으로 이사합니다”라고 적힌 긴 현수막 두 개가 위아래로 펼쳐져 있다.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2019년 12월 2일 향유의집에서 32명이 지원주택으로 출발하기 전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이 활짝 웃고 있으며, 두 손을 번쩍 든 사람도 있다. “함께 살아요, 우리!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주택으로 이사합니다”라고 적힌 긴 현수막 두 개가 위아래로 펼쳐져 있다.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D 씨 “다 행복하진 않지만 잘 살고 있다”

D 씨는 사고 이후 장애를 입었다. 자녀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향유의집에 스스로 입소해 약 30년을 살았다. D 씨 또한 시설에서 나오기 싫어했다. 다큐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D 씨는 “나는 안 나간다고 막 뭉개다가 (시설이) 다 없어지니까 어쩔 수 없잖아. 가야 되니까 가야지 어떡하겄어. 눈물이 나오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립생활 후 그의 삶은 달라졌다. 자녀와 손주가 D 씨의 집에 자주 왔다. 기자가 방문했던 11일에는 자녀가 어버이날을 맞아 선물한 꽃이 있었다. D 씨는 “그래도 참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들(활동지원사, 주거코치, 사회복지사 등) 고생하는데 기사가 그렇게 나가서 기분이 나빠. 나와서 살아 보니까 (시설에서) 모여 사는 건 안 좋아. 시설을 닫긴 닫아야 돼. 바깥의 삶이 다 행복하고 편하진 않지. 혼자 있으니까 외롭기도 하고, 아스팔트가 울퉁불퉁해서 휠체어 타고 은행 가기도 힘들고. 그래도 우리들 죽으라고 집(지원주택) 해 줬나? 다 살라고 해 준 거지. 이런저런 시끄러운 사정들이 있지만, 그래도 참 잘 살고 있어요. 살 만해.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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