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씨’로 표현된 신정훈 씨, 사망 원인은 ‘뇌출혈’
조선닷컴, 신 씨가 욕창으로 고생하다 사망했다고 서술
신정훈 씨 친형 “동생에 대한 왜곡, 더는 없었으면”
전장연, 언중위 제소 “투쟁 무력화하고 싶은 건가”

[편집자 주] 지난 1일 조선닷컴에 탈시설장애인의 죽음과 관련된 가짜뉴스([단독] 넉달만에 욕창으로...脫시설 사업으로 ‘독립’한 장애인의 쓸쓸한 죽음)가 보도됐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가짜뉴스를 근거로 지난 12일 JTBC 썰전라이브에서 탈시설을 왜곡했습니다. 비마이너는 세 번에 걸쳐 조선닷컴 기사를 팩트체크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총 4회, 6편의 기사를 통해 탈시설을 둘러싼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① 탈시설 가짜뉴스 조선닷컴 팩트체크  
- 탈시설장애인이 빌라에 홀로 방치되다 사망했다?
- 민주당·전장연이 장애인을 시설에서 내쫓았다?
- 탈시설운동가를 탈시설피해자로 둔갑, 유족 “왜곡 말라”
② 탈시설 예산이 전장연 수익사업?
③ 중증발달장애인은 자기결정권 없으니 탈시설 안 된다?   
④ 거주시설에 사는 것도 ‘선택’이다?

김포 향유의집에서 탈시설한 신정훈 씨가 급성 뇌출혈로 2월 9일 오전 10시경 사망했다. 향년 55세다.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포 향유의집에서 탈시설한 신정훈 씨가 급성 뇌출혈로 2월 9일 오전 10시경 사망했다. 향년 55세다.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신정훈 씨 사망 원인도 욕창 아닌 것으로 파악

“조선닷컴은 A씨에 관한 증언을 더 들어보려 친구 C씨를 수소문했다. 2019년말 1차 탈시설 때 A씨와 동반 탈시설을 상의하다가 혼자 먼저 나간 ‘사지마비’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C씨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지난 2월 초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공식 사인은 뇌졸중이었는데, 작년말 마지막으로 C씨를 만난 그의 지인은 ‘당시 C씨가 욕창으로 꽤 고생하고 있다고 하긴 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그런데 갑자기 죽어서 황망하다’고 말했다.” (조선닷컴 기사 중에서)

조선닷컴 기사에 언급된 C 씨는 향유의집에 20년간 살다가 2019년 12월에 탈시설하고 지원주택에 입주한 고 신정훈 씨다.

최훈민 기자는 “공식 사인은 뇌졸중”이라면서도 바로 뒤에 “작년말 마지막으로 C씨를 만난 그의 지인”의 말을 덧붙여 이를 부정하는 인상을 준다. 신정훈 씨의 지인은 “당시 C씨가 욕창으로 꽤 고생하고 있다고 하긴 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그런데 갑자기 죽어서 황망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A 씨가 탈시설 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욕창으로 죽었다’는 내용이 전개된 상황에서 “C씨가 욕창으로 꽤 고생하고 있다”는 언급은 자연스레 A 씨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즉, 이런 서술로 ‘탈시설 후, 장애인들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욕창으로 잇따라 사망했다’는 서사가 완성된다. 게다가 최훈민 기자가 A 씨의 죽음을 추적하던 중 신정훈 씨의 사망 소식(“하지만 C씨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을 알게 됐다는 서술은 더욱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그러나 거듭 밝히지만, 두 사람 모두 ‘욕창으로 사망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2월 신정훈 씨 사망 당시, 욕창은 거의 다 나은 상태였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유튜브 영상에 출연한 신정훈 씨. 제일 오른쪽에 파란색 상의를 입고 있는 사람이 신정훈 씨다. 그는 이 영상에서 “지인분들이 지원주택에 자주 놀러온다. 전날 지인들과 과음해서 속이 안 좋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유튜브 캡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유튜브 영상에 출연한 신정훈 씨. 제일 오른쪽에 파란색 상의를 입고 있는 사람이 신정훈 씨다. 그는 이 영상에서 “지인분들이 지원주택에 자주 놀러온다. 전날 지인들과 과음해서 속이 안 좋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유튜브 캡처

- 신정훈 씨 친형 “탈시설하고 행복하게 잘 지낸 동생… 더는 왜곡 없었으면”

신정훈 씨의 친형은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정훈이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고향인 전라남도에서 어머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동생이 서울에서 장시간 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다. 5시간 정도 차에 타 있다 보니 욕창이 생겨버렸다. 한 달 정도 치료했다. 정훈이의 활동지원사님도 관리를 잘해 주셔서 욕창은 거의 다 아문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한 “정훈이가 떠나던 날에도 나와 편하게 통화했다. 집에 있다고 하길래 김치를 가져다주겠다고 말했다.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 몇 시간 후 정훈이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고 전화가 왔다. 병원에서 말한 공식 사인은 뇌출혈이다”라고 밝혔다.

신정훈 씨의 친형은 정훈 씨와 각별한 사이였다. 친형은 정훈 씨가 1997년,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장애를 입었을 때 생계를 내던지고 정훈 씨를 지원했다. 친형이 경제적 파산상태에 이르자, 정훈 씨는 2000년에 향유의집에 입소하게 된다. 당시에는 활동지원서비스조차 없었으므로, 친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시설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정훈 씨는 형과 모든 걸 상의하고 매일 대화했다. 정훈 씨가 탈시설 한다고 했을 때 친형은 처음엔 걱정했다. 하지만 지원주택에서 잘 사는 걸 보고 걱정이 사라졌다.

친형은 “정훈이는 여행도 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비장애인 때처럼 행복하고 평범하게 살았다. 어머님 고향도 탈시설 후 20년 만에 처음 가 본 것이다. 활동지원사님들도 잘 지원해 주셨다. 정말 행복하게 지내는 걸 보고선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 행복한 세월을 더 누렸어야 했는데 갑자기 먼저 떠나게 돼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전했다.

더는 왜곡이 없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친형은 “조선닷컴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동생에 대해 더는 왜곡이 없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있는 그대로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피켓을 목에 걸고 있는 사람 중 왼쪽에서 두 번째가 신정훈 씨. 그는 목에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걸었다. 사진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피켓을 목에 걸고 있는 사람 중 왼쪽에서 두 번째가 신정훈 씨. 그는 목에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걸었다. 사진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 탈시설 반대했다가 지원주택 가보고 바로 입주… 생전 탈시설운동 활발히 했던 신정훈 씨

신정훈 씨는 2008년, 석암재단(현 프리웰) 비리·횡령에 맞서 투쟁한 당사자였다. 2019년에 탈시설하고 서울시 동대문구에 있는 지원주택에 입주했다. 2020년에는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 취업해 장애인식개선에 앞장섰다. 같은 해, 프리웰지원주택센터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정훈 씨는 처음에 탈시설에 극렬히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훈 씨의 동료 김금녀 씨가 ‘그러지 말고 지원주택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고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지원주택을 둘러본 정훈 씨는 바로 탈시설 하겠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김금녀 씨는 “그렇게 반대를 하더니, 집 보고 와서는 자기가 제일 먼저 나가겠다고 했다. 그 후 탈시설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조선닷컴 기사는 너무나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훈 씨가 탈시설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것에 대한 기록은 많아서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정훈 씨 활동에 대해 증언하겠다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

정훈 씨와 함께 탈시설운동을 하고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활동도 함께했던 동료는 “정훈 씨가 ‘옛날엔 시설에서 절대 안 나갈 거라고 반대했는데 왜 그랬나 몰라. 탈시설하니까 너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탈시설운동에 적극적이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도 열심히 일하셨다. 아직도 정훈 씨 사진을 보면 마음이 아픈데, 조선닷컴에서 정훈 씨 활동을 왜곡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훈 씨는 2020년 6월, 탈시설에 관한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여전히 국가의 복지제도가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탈시설을 결정했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오면 반드시 방법이 있다.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업무 중 하나로 장애인 접근성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본인이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2021년 3월에는 국회의원들에게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편지를 쓰며 “탈시설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조기정착 하기 위해서는 지원주택과 같은 주거시설이 원만하게 확보되고 시스템과 제도가 갖춰져야 하며,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공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탈시설지원법이 조속히 제정되어 시설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나와 활동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해본다”라고 적기도 했다.

정훈 씨가 갑작스레 사망한 후 추모제를 준비한 동료들은 정훈 씨를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신정훈 씨 추모제 현장. 현수막에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던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장연
신정훈 씨 추모제 현장. 현수막에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던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장연

- 탈시설장애인들 “시설은 감옥, 탈시설운동 왜곡 말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지난해 12월부터 장애인권리예산 투쟁을 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선전전을 28차례 진행했다. 현재는 매일 오전 삭발식과 지하철을 기어서 타는 오체투지를 진행하며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석열 정부를 향해 투쟁 중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부터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헐뜯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잇따라 게재했다. 그러더니 4월 1일에는 탈시설 반대 목소리만을 모아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해당 간담회에서는 오보로 판명된 가짜뉴스와 허위 사실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지난 1일, 조선닷컴에서 문제의 기사가 발행됐다. 이에 탈시설운동을 하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은 9일 오전 11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할 조정신청서를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할 조정신청서를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조정신청서 제출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훈민 기자가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은 기사를 왜 하필 이 시점에 썼는지 궁금하다. 요즘 장애계가 투쟁을 많이 하는데, 투쟁을 무력화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게 담긴 것 같다. 너무나 악의적이다”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탈시설장애인 당사자들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향유의집에서 20년간 살다가 탈시설한 김동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활동가는 “기사를 보니 참 기가 막힌다. 최훈민 기자는 탈시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도 탈시설 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탈시설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제대로 지원하면 탈시설도 어렵지 않다. 지금 탈시설장애인들은 국회에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시설은 감옥 같은 곳이다. 탈시설운동을 왜곡하지 말라”고 말했다.

신경수 활동가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신경수 활동가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신경수 시설에서나온사람들과함께하는모임 활동가 또한 조선닷컴 기사를 강경하게 규탄했다. 신경수 활동가는 시설에서 26년 살다가 2009년 탈시설했다. 현재는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신 활동가는 “시설에 사는 26년 동안 아무런 자유가 없었다. 탈시설 후 자유를 얻었다”면서 “탈시설을 해도 사람이기 때문에 갑자기 아플 때가 있고,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다. 최훈민 기자도 아프고 힘들 때 있을 것이다. 장애인도 똑같다. 그런데 기사에는 탈시설 때문에 장애인이 힘들어진 것처럼 쓰여 있다. 조선닷컴은 기사를 정정하라. 그런 오보가 탈시설장애인에게는 상처가 된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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