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최옥란 기초생활수급자의 목소리 ① 섬○
수급신청 과정에서 겪은 부당한 서류 요구
[편집자 주] 최옥란 열사 20주기에 맞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올바른 개정을 위한 콘퍼런스 ‘기초생활수급자의 눈으로 보는 2022년 한국의 오늘’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콘퍼런스에서는 2022년을 살아가는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이 이 제도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옥죄고 있는지 증언했습니다. 비마이너는 이날 발표된 글을 당사자 동의를 받고 게재합니다. 당사자들의 증언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줍니다.
올해 3월 20일 오전 활동가와 함께 조건부 수급신청을 위해 원효로1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사전에 작성한 신청 서류를 전달받은 담당자는 어머니 서류가 없다며 신청이 안 된다고 하였고 동행한 활동가는 거리노숙을 했던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주민센터 직원은 저에게 가족관계 해체 및 미부양 사유서를 건네며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시점, 연락처 등을 알고 있는지 물었고, 저는 작년 9월까지 연락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직원은 ‘1년 이내에 연락이 되었다면 단절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수급신청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를 본 활동가가 근거 규정을 요구하자 해당 직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8조의2 시행령 6’이라고 적힌 메모를 건넸습니다. 제대로 된 상담은커녕 1년 이내에 어머니와 연락을 했다는 이유로 수급신청을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수급신청은 하였으나 활동가와 동행하지 않고 혼자 방문했다면 수급신청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을 것입니다. 비단 저뿐만 아니라 이런 일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당한 서류요구로 수급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수급신청을 포기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가족관계 해체 판단에 대한 규정은 법령에서 지침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현 지침은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대한 확인을 ‘보장기관의 재량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관계 해체는 가족관계의 기능을 상실하여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가족관계에서 작동하는 정서적지지 경제적지지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 대한 소명의 합리성 객관성 전후의 일관성 종합적인 판단을 위한 용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급신청 후 두 달이 넘었을 무렵 관할 구청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는 받을 수 있는데 의료급여는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어머니와 1년 이내에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가족관계 해체·단절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구청에 의료급여 수급을 포기하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안내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8조의2 제2항)에 보면 (가)수급권자가 30세 미만의 한 부모 가구 자립준비 청년 보호 종료 아동인 경우 (나)부양 의무자 가구에 중증 장애인이 포함된 경우 (다)부양의무자 가구에 기초 연금 수급 노인이 포함된 경우에는 부양의무자 관계 서류를 청구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청 직원은 가족을 만나 부양의무자 관계 서류를 작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의료급여 수급을 포기하라고 유도했습니다.
활동가에게 의료급여 수급을 포기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활동가는 구청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이유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구청 직원은 그제야 잘못을 시인하고 민원을 처리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수급신청한 지 세 달이 지나서야 수급 확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복지 담당 공무원이 제대로 확인하고 일 처리를 했더라면 이리 오래 걸리지도 않고 제가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구청과 주민센터 직원의 이 같은 처사는 수급권자를 기만하고 수급권자의 수급신청 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수급권자의 권리가 보장받고 침해받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