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중위소득 결정하는 중생보위
회의는 언제나 비공개
가난한 사람들, ‘회의 공개하라’ 요구
항상 무시한 보건복지부
강은미 의원, ‘회의공개’ 기초법 개정안 발의
오는 7월 기준중위소득 결정을 앞두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가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13일 오후 1시 20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중생보위만 언제나 비공개
중생보위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과 관련한 사안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특히 기초생활보장급여의 산정근거가 되는 기준중위소득을 매년 결정한다.
중위소득은 전 국민을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을 뜻한다. 이는 한국 70여 개 복지제도의 기준이 된다. 수급대상자와 수급비 등도 중위소득으로 결정된다. 중위소득이 얼마로 결정되는지에 따라 생계비·의료비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급자 당사자에게는 중생보위 결정이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회의임에도 중생보위 회의는 언제나 비공개로 진행돼 왔다. 회의록, 속기록 등 여러 기록조차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언제나 회의결과만 통보될 뿐이었다.
그간 수급자 등 가난한 사람들은 매년 중생보위가 열릴 때마다 회의장 앞에서 집회를 열며 ‘밀실회의 중단하고 회의내용 공개하라’라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2021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회의자료, 속기록 등을 정보공개청구하기도 했으나 당시 보건복지부는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 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라며 공개를 거절하기도 했다.
반면 중생보위처럼 차관급 이상이 구성원이며 주요정책을 심의하는 다른 기구에는 기록생산의무가 있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등은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속기록, 녹음기록 등을 필수로 해야 한다. 고용정책심의위원회, 소비자정책위원회 등도 속기록 작성이 의무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중생보위만 어떤 것도 공개하지 않고 폐쇄적 운영을 고수한다.
- 알 권리는 저항할 권리, 회의록 공개 및 방청권 보장하라
이처럼 지난해 7월, 철저한 ‘밀실회의’ 속에서 결정된 올해 중위소득은 1인 가구 기준 207만 7892원이다. 이 수치는 3년 전인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1인 가구 소득 중윗값 211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터무니 없이 낮게 정해진 중위소득 때문에 수급자의 각종 급여도 한 달을 살기엔 너무 적은 금액으로 정해졌다. 중위소득의 30%로 정해지는 생계급여는 올해 62만 3368원(1인 가구 기준)이다.
중생보위는 올해 7월에도 내년도 중위소득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밀실회의를 고수한다면 올해 가난한 사람들의 삶도 보장할 수 없다. 개정안은 이 같은 상황을 앞두고 발의됐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이자 수급자 당사자인 김호태 동자동사랑방 운영위원은 적은 생계급여로 한 달을 사는 건 너무 힘들다고 성토했다. 김 위원은 “수급비가 현실에 안 맞을 정도로 너무 적다. 누군가는 하루 1천 원 가지고도 살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사실 하루 1천 원으로 살 수는 있다. 라면 한 개만 먹고 하루를 견디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이렇게 살 수 있나? 한 달 62만 원 생계급여로 생활해야 하는 수급자 입장을 생각하라”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기초생활수급비가 현실화될 수 있게 중생보위 회의를 당장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수급비가 이렇게 적은 것은 회의가 밀실에서 열리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수급비를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배제한 채 자신들(중생보위 위원들)끼리 수근거리며, 입맛에 (중위소득을) 맞춰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수급자도 알 권리가 있다. 수급자가 회의에 참관할 수 있게 하고 회의록도 공개하라”라고 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13년간 수급자 상담 활동을 했다. 작년과 올해만큼 ‘배가 고파 못살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정말 많은 수급자분이 적은 수급비로 치솟는 물가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며 “알 권리는 항의할 권리, 대응할 권리, 문제제기할 권리로 이어진다. 그러나 수급자는 이 권리들을 침해당했다. 중생보위가 밀실협상을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규탄했다.
기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강은미 의원은 “회의록 속기록은 공개하고 회의는 방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다”며 “중생보위의 중위소득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 국민이 중생보위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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