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내년도 중위소득 인상안 발표
기재부보다 적은 복지부發 ‘기준중위소득’
따져보니 1인가구 생계급여 격차 수십만 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 無
의료급여 정률제는 폐기 대신 ‘중단’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생계급여를 “역대 최대”로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론 매년 수급비가 깎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계급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을 낮게 책정해 온 방식 때문이다. 특히 기획재정부 통계와 비교하면 생계급여 격차가 수십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함께 누리는 촘촘한 기초생활보장제도, 더 넓고 두터워집니다”라며 2026년 기준중위소득 인상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함께 누리는 촘촘한 기초생활보장제도, 더 넓고 두터워집니다”라며 2026년 기준중위소득 인상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31일, 2026년 기준중위소득을 1인가구 기준 7.2%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는 올해 76만 5,444원에서 내년 82만 556원으로, 5만 5,112원이 오르게 됐다. 하지만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기초법공동행동) 등은 즉각 성명을 내고, 복지부를 향해 “빈곤층에 대한 기만을 중단하라”며 “기준중위소득 현실화를 지금 당장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기준중위소득은 국민가구소득의 중윗값을 뜻한다. 쉽게 설명하면, 전 국민을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 사람의 소득을 가리키는 말이다. 복지부 산하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매년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한다.

현재 기준중위소득은 장애인연금, 아이돌봄서비스, 행복주택, 청년도약계좌 등 14개 부처의 80여 개 복지사업 선정기준으로 활용된다. 특히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급여가 기준중위소득에 따라 정해진다. 이처럼 기준중위소득은 한국 빈곤선의 기준이자 민생안정을 결정짓는 기준이다.

복지부가 기준중위소득을 낮게 정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기획재정부 산하 통계청이 공표한 소득 중윗값(가계금융복지조사)과 복지부가 결정한 기준중위소득 간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기재부와 복지부 모두 같은 행정부인데 서로 다른 말을 하니 수급자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국도시연구소가 분석한 생계급여 과소지급액을 나타낸 표.
한국도시연구소가 분석한 생계급여 과소지급액을 나타낸 표.

2024년 1인가구 생계급여를 기준으로 할 때, 기재부 자료대로라면 수급자는 월 88만 5천 원을 받아야 했다(한국도시연구소 분석). 그러나 복지부 기준으로 월 71만 3천 원을 받았다. 무려 17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4인가구의 경우 기재부 기준 월 225만 6천 원을 받아야 하지만 복지부 기준으로 183만 4천 원을 받았다. 42만 3천 원이나 덜 받은 셈이다.

복지부도 이 차이를 알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6년에 걸쳐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추가 증가율’을 산입한다는 계획이었다. 계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듯하다. 복지부가 발표한 2026년 1인가구 생계급여는 82만 556원인데 이는 기재부 자료 기준 2년 전 수급비인 88만 5천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복지부는 기준중위소득을 기재부보다 낮게 책정해 매년 생계급여를 수십만 원씩 깎은 게 된다.

기초법공동행동은 성명에서 “복지부는 기본증가율(최근 3년 치 가계금융복지조사 상의 소득 중윗값 평균 증가율)을 매해 고무줄 셈식으로 낮게 결정해 왔다. 이에 격차 해소 계획은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기준중위소득은 실제 시민의 소득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년간의 복지부 정책은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부양의무자기준은 작년과 동일하다. 생계급여에선 연 소득 1억 3천만 원, 재산 12억 원 기준이 적용됐다. 의료급여에선  ‘기준중위소득 100% 초과 시 탈락’이라는 인권침해적 기준이 여전히 남아있다. 기초법공동행동은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공약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부와 국회 모두 완전 폐지를 미룬다”고 지적했다.

빈곤층이 ‘개악안’이라고 지적하는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은 중단됐다. 복지부는 “현장의 의료비 부담 증가 우려 등을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 판단하고 본인부담 개편안 재검토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현재 본인부담 기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의료급여 본인부담 체계는 종전대로 정액제로 시행된다. 1종 수급자의 경우 의원 외래 진료 시 본인부담금은 1천 원, 병원·종합병원은 1500원, 상급종합병원은 2천 원이다. 다만 연간 외래진료 이용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외래진료에는 본인부담률 30%가 적용된다.

기초법공동행동은 복지부를 향해 △기재부와 복지부 자료 간 격차 해소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준중위소득 추가 인상 계획 발표 △의료급여 정률제 등 시행령·시행규칙에 대한 모든 절차 중단 △이재명 대통령 공약 ‘생계급여 현실화 및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에 대한 이행계획 제시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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