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임시조치 신청에 강제조정 성립
이번 3·9 대통령 선거부터 발달장애인도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송경근)는 지난달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의 선거사무지침 중 투표보조와 관련해 ‘자신이 혼자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에 ‘발달장애인’을 포함하는 것으로 수정하고, 장애인 차별 표현에 대해서는 향후 ‘발달장애인 권익옹호 단체’와 협의하라고 결정했다.
결정 내용에 따르면, 투표보조 안내문에 ‘청각·발달장애 등 장애등록여부, 장애유형과 무관하게 선거인 본인이 기표할 수 없어 투표보조 받기를 희망하는 경우 보조 가능(깁스 등 일시적 제한 포함)’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은 이번 대선부터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석고붕대(깁스)를 한 사람 등 일시적으로 혼자 기표할 수 없는 사람도 본인 의사에 따라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장애인운동단체가 지난해 11월 29일, 법원에 신청한 임시조치에 따른 결과다. 장애계는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선거사무지침에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를 삭제한 중앙선관위를 규탄하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48조에 따라 법원에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차별이 소명되는 경우 본안 판결 전까지 차별행위 중지 등 임시조치를 명할 수 있다.
조정 과정 중 중앙선관위가 투표보조 대상에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수정된 선거사무지침을 제출했다. 그런데 장애인 차별적 표현이 문제가 됐다. 장애를 질병으로 보는 ‘증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또한 “보조인의 과도한 간섭은 제지될 수 있다”는 문장에서 ‘과도한 간섭’이라는 표현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장애계가 수정을 요청했지만 중앙선관위는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아 시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고 법원이 ‘문구는 향후 개정함에 있어 협의한다’는 내용으로 강제조정했다. 장애계와 중앙선관위 양측이 이의포기서를 제출하며 강제조정이 성립됐다.
장추련은 지난달 25일 법원의 강제조정 성립을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되찾은 우리의 권리를 장애인 유권자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할 것이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또다시 참정권이 침해되고 차별이 발생한다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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